로리 매킬로이는 5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 우승으로 생애 처음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매킬로이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스코스(파70∙7,158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1언더파 69타(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를 쳐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매킬로이는 지난 1986년 세계랭킹 시스템 도입 이후 1위 자리를 꿰찬 16번째 선수가 됐다. 그의 1위 등극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은 '우즈 천하'였다. 우즈는 1997년 이후 무릎 부상 등으로 잠시 권좌에서 내려왔을 때를 제외하면 통산 623주 동안이나 1위 자리를 독차지했다. 2009년 말 우즈가 스캔들에 휩싸인 뒤로는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마르틴 카이머(독일),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등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도널드와 웨스트우드는 30대 후반이고 카이머는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황제' 매킬로이는 무게감이 다르다. 스타성과 경기력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타이거의 재림'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나이도 22세10개월로 우즈(21세5개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리다. 도널드와 웨스트우드가 갖추지 못했던 메이저대회 우승컵도 지난해 US오픈에서 따놓았다. 전성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매킬로이는 더 이상 '신동'이 아닌 '승부사'라는 사실도 입증했다. 지난해 마스터스 최종일 후반 메이저대회 첫 승 문턱에서 무너졌고 지난주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패해 세계랭킹 1위에 오를 기회를 놓쳤지만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았다.
이날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그는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였다. 공격적인 플레이 대신 선두를 지키기 위한 안정적인 경기를 선택한 것. 특히 12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그는 9타나 뒤졌던 우즈가 1타 차까지 추격한 채 경기를 마친 사실을 알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13번홀(파4)에서 2.4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다시 2타 차로 달아났다. 17번홀(파3)에서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으나 파로 막았고 18번홀(파5)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전략으로 파를 기록했다.
우즈는 이날 무려 8언더파 64타를 뿜어내며 매섭게 반격했지만 톰 길스(미국)와 함께 공동 2위(합계 10언더파)에 그쳤다. 보기 없이 이글 2개와 버디 4개로 모처럼 위용을 과시했으나 결국 매킬로이의 즉위식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 셈이 됐다. 자신의 대회 최종 라운드 스코어로는 가장 좋은 타수를 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매킬로이는 "우즈가 추격해오는 것을 알고 힘들었지만 파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우리 시대 최고의 선수인 우즈와 필 미컬슨을 앞섰다는 점에서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조 황제 잭 니클라우스가 손을 본 골프코스에서 종전 황제 우즈를 꺾고 '전설'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그는 우승상금 102만6,000달러를 받았다. PGA 투어에서는 개인통산 3승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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