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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장관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정권 말이 되면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진다지만, 이명박 대통령 (MB)는 유독 심한 듯하다.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던 고 노무현 대통령보다는 높다지만, 체감도는 더 좋지 않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MB만큼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어쩌랴, 너무 많은 국민이 등을 돌렸다.

그런 MB에게 최근 국민이 마음 속으로 칭찬한 일이 있다. 바로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이었다. 언론에는 "정부가 기름값을 방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발언만 주로 소개됐지만, 당시 대통령은 참 많은 말을 했다. "국민을 불편하고 짜증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주5일제 수업 등 생활 곳곳의 안일한 행정을 줄지어 질타했다. 국민은 모처럼 통쾌해 했고, MB의 얼굴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대통령 질타에도 행정구멍 속출

집권 초기였다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순간 장관들은 혼비백산했을 것이다. 모든 부처에 비상이 걸리고, 비상대책회의 하느라 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따로 돌아갔다. 고속도로 통행료 문제 등에서 개선 흔적이 보였지만 행정의 구멍은 두더지 잡기하듯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초유의 '9ㆍ15 정전 사태'로 위기 매뉴얼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던 것이 엊그제인데,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시설은 후진형 관리 체계에 머물러 있다. 고리 원전이 은폐 파문에 둘러싸인 것도 모자라, 주무 부처 장관이 보령 화력발전소에 불이 난 사실을 텔레비전을 보고서야 알았다는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백번 양보해 기간시설 문제는 매뉴얼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그랬다 치자. 요즘 금융에서 생기는 일은 '짜증' 그 자체다. 마그네틱 카드의 IC 카드 전환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나라가 외환 위기를 거쳐 선진 금융 시스템을 받아 들였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자동차 보험료를 낮추겠다 해서 모처럼 기뻐했더니, 보험사들은 금세 실손의료비 등 다른 보험료율을 최대 40%나 올리겠다며 뒤통수를 쳤다.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제동을 걸었지만, 계속되는 뒷북 대응에 한심함마저 품게 된다. 당좌거래정지 정보공개 중단을 두고 당국과 금융결제원이 벌인 촌극은 또 어떤가.



이런 일들이 자꾸 벌어지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다. 가뜩이나 다음해 초 상부층에 대거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금융회사들은 벌써 술렁거리고 있다. 긴장의 끈을 다잡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구멍이 날지 모른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장관들의 모습이다. 지난 9일 물가장관회의를 주재하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 배어났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가 아니었다. 이유는 하나, 바로 장관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의에는 4개 부처만 장관이 참석하고 나머지는 차관 일색이었다. 국민이 가장 고통을 당하는 것이 물가인데, 정작 장관들은 물가 회의를 폄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고, 국민이 짜증을 내는 것이다.

권력누수 없도록 끝까지 책임 다해야

임기 말에는 장관이 아무리 잘 해도 사고가 터진다. 공무원의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자신들의 보신이 먼저인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것이 바로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다.

이럴 때 둑을 막을 책임이 바로 장관에게 있다. 그들마저 무사안일에 빠지면 둑은 걷잡을 수 없이 터진다. '제2의 중동 붐' 같은 큰 그림도 좋지만, 임기 말일수록 국민이 가려운 곳을 찾아 작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장관들의 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장관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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