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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 그림, 시대상·이념을 담다

간송미술관 '화훼영모'展<br>600년동안 변화상 보여줘

현재 심사정의 '패초추묘'

겸재 정선의 '추일한묘'

"예술이 꽃이라면 그 뿌리는 이념"이라고 말하는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학예실장은 올 가을 정기 회화전의 주제를 '화훼영모(花卉翎毛)'로 삼고, 지배 이념이 바뀌면서 꽃과 동물 그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미술관이 소장한 가장 오래된 동물 그림인 고려 공민왕의 양(羊) 그림부터 이당 김은호까지 600년의 동ㆍ식물그림 100점이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전시된다. 화사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이지만 그 속에는 '이념'이 배어있다. 가령 주자성리학이 지배 이념이던 조선 전기의 그림은 중국화법을 흉내냈음이 드러난다. 들판에 누운 소를 그린 김시의 '야우한와(野牛閒臥)'나 이경윤, 이영윤 등의 소 그림은 친숙한 한국 소가 아닌 당시 중국에만 살던 물소의 모습이다. 이 같은 경향은 조선 후기 조선 성리학이 등장하면서 변화를 맞는다. '진경(眞景)산수'를 이룬 겸재 정선이 본격적으로 우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수박을 파 먹는 쥐 그림이나 꽃과 벌 아래 앉은 고양이를 그린 그림에서는 겸재의 탁월한 관찰력과 완벽한 화면 구성력, 넘치는 생기를 경험할 수 있다. 그의 제자 현재 심사정은 스승의 그늘을 떨치고자 중국의 화보 묘사에 치중했고, 그 결과 그가 그린 고양이는 혼을 잃고 말았다. 겸재의 '추일한묘'와 현재의 '패초추묘'는 공통적으로 가을의 검은 고양이를 주제로 삼았지만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고양이를 워낙 잘 그려 '변고양이'라고도 불렸던 변상벽의 정교한 고양이 그림도 일품이다. 단원과 혜원은 정밀한 사생(寫生)에 회화성을 가미하며 최고 경지에 이른다. 김홍도가 어미개와 강아지들을 그린 '모구양자'나 홍련 위에서 짝짓기하는 고추잠자리들을 포착한 '하화청정' 등은 한편의 풍속화나 다름없다. 이후 문인화가인 추사 김정희에 이르면 그림은 이념화로 변모하고 문인이 아닌 오원 장승업 등에 이르러서는 장식화로서 새 길을 열어간다. 조선 말의 혼란했던 분위기에서는 그림의 생기와 형상마저 잃어버린, 안타까움도 목격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02)762-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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