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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3월] 동유럽 불안… '부도 도미노' 우려

서유럽 국가 구제금융 제공 주저<br>총대출 1조7,000억弗 규모 감안<br>세계銀등 지원계획 턱없이 모자라<br>IMF "최악땐 16개국 모두 위험"

동유럽발 ‘부도 도미노’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돈줄이 마른 동구권 국가들이 앞 다퉈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있지만 지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서유럽 국가와 은행 등은 자체 위기로 이들을 돕기에 역부족이다. 1일 유럽연합(EU)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경제위기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러나 EU 강대국들이 첨예하게 부상하고 있는 ‘보호주의’를 너머 실효성 있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국제기구의 추가 지원을 위한 자금도 속속 발표됐지만 필요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전 주말 세계은행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ㆍ유럽투자은행(EIB)은 향후 2년 동안 245억유로(310억달러)를 동유럽 국가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예상한 필요 자금 규모인 1,200억달러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나이젤 랜들 캐나다왕립은행(RBC) 애널리스트도 “서구 은행들의 동유럽 대출 규모가 1조7,000억달러임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껌 값 수준”이라고 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주 최근 긴급 대출재원을 현재의 2,500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로 두배가량 늘리겠다고 밝혔다. IMF에 따르면 긴급 대출의 주요 재원은 1,000억달러 지원금 출연에 약속한 일본 등으로부터 충당할 예정이다. 그러나 회원국들의 의결권과 연결된 자본금 분담액이 거론되지 않아 이달 열리는 G20재무장관 회담에서야 재원 확충 문제가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IMF 자금담당 임원인 앤드루 투위디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IMF 자금은) 충분한 규모”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이 같은 정상 상황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IMF는 이날 적게는 10개국, 최악의 경우 16개국이 부도 위기로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도 공개했다. 게다가 IMF는 전일 우크라이나의 재정 적자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164억달러를 추가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또한 파키스탄에 8억달러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루마니아 역시 100억유로(126억달러)의 자금을 IMF 등에 지원한 것으로 추산되는 등 추가 규제금융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동유럽 채권의 지급불능(디폴트) 사태를 막는 데 주채권자인 서구 은행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긴 마찬가지다. 영국 주택대출 은행인 HBOS를 인수한 로이드그룹은 지난해 140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영국 역사상 최대의 손실폭을 공개했다. 상대적으로 안정권이었던 HSBC마저 이날 180억달러의 자본 증자를 실시, 위기 확산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부도 위기인 라트비아 등 발틱3국의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스웨덴의 경우 이미 4ㆍ4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든 상태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동유럽 일부 국가들의 경우 경제위기에 따른 통화 가치 하락이 채무상환 비용을 끌어올리며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후 폴란드 통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48% 폭락했다. 통화가치가 떨어지자 이들 정부는 공공 지출을 줄였고 이로 인해 사회적 안정망이 훼손, 각국에서 소요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기존 정권이 붕괴, 변경된 나라도 라트비아ㆍ아이슬란드 등 2개국에 달한다. 졸릭 총재는 “금융위기(Credit crisis)가 빠른 속도로 인류의 위기(Human crisis)로 변하고 있다”며 “유럽은 지금 지난 20년간 진행된 유럽 통합의 성과를 확신시킬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EU 각국의 실질적인 공동 해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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