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저녁 부산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문을 열어놓고 정차하던 고속열차의 승강발판이 갑자기 접혀 들어가는 바람에 열차에서 내리려던 승객이 추락해 큰 부상을 입게 된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승객이 오르내리는 상태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황당한 고장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이번 사고가 마치 안전점검 과정에서 발생한 대수롭지 않은 사고인 양 축소하고 제작결함, 승객 부주의 등을 들먹이며 발뺌과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승객들이 탄 고속열차가 왜 출발 10여분을 앞두고 안점점검을 한다며 정전됐는지, 정전이 되면 승강발판이 접혀 오르내리는 승객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데도 전력공급을 차단한 것이 정당한지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제작결함 탓은 승객을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고 승객을 위험에 빠뜨려 다치게 하는 안전점검은 상해행위다.
열차 고장으로 승객이 다친 사고를 '열차사고 외 사고'로 대충 얼버무리려 했다는 것은 더 심각하다. 심한 부상을 입은 승객에게 담당자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나중에 보험회사에서 치료비를 줄 것"이라고 한 것이 사후처리의 전부라는 것이다. 고속열차 같은 대량 수송수단의 고장 및 허술한 사후처리에 따른 피해와 고통은 국민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투적인 수법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당국은 '사고철'이라는 오명을 씻는다는 각오로 열차 고장의 원인과 책임소재, 사고 처리 및 보고체계의 허점, 사후처리의 문제점 등 이번 사고의 전과정에 걸쳐 진상을 엄정하게 조사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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