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재즈 가수가 나타났다. 그렇다고 신예는 아니다. 불혹을 눈 앞에 둔 김형미(37ㆍ사진)가 바로 주인공이다. 김형미의 2집 앨범 '가고파'에는 타이틀곡 '가고파''봄이 오면''님이 오시는지' 등 익숙한 가곡들로 채워져 있다.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시종 감미롭고, 차분한 주법이 매혹적인 그녀는 인터뷰 중에도 기자의 질문을 담담하게 받아냈다. CCM(복음성가)가수로 시작해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돌아와 새 앨범을 낸 그녀를 만나 그녀가 추구하는 음악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계령'요? 이 곡은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실종된 사촌 오빠 박영석 대장을 추모하려고 특별히 추가한 겁니다."
가곡 속에 대중가요 한 곡이 눈에 띄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묻자 돌아 온 대답이다. 하지만 그가 애초부터 박영석대장을 염두에 두고 앨범을 제작한 건 아니다. 미국 유학 중 우연히 9ㆍ11 추모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그는 '숭고한 뜻을 가지고 살다가 세상을 뜬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 얼마나 뜻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새 앨범을 제작하면서 박영석 대장이 생각 났고, 그래서 '한계령'을 추가했다.
그는 재즈 가수가 가곡으로 앨범을 제작한 이유를 묻자 "가곡은 남의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과 함께 가곡을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며"그때 가곡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아 일반이 쉽게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가곡에 재즈기법을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 음악의 시발점은 CCM이다. 대학 때 전공도 신학이었다.
기존에 공부를 하던 CCM에서 재즈로 건너 갈 때 고생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아니요. 재미있었어요. 음악공부를 하려고 미국에 유학을 갈 때만 해도 내가 재즈를 하게 될 지는 몰랐어요. 버클리에 가기 전 시카고에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 곳 재즈캠프에서 제니스 볼라(Janice Borla)라는 선생님을 소개 받았어요. 레퍼런스에서 '섬머타임'을 불렀는데 큰 갈채를 받았어요. '내 목소리가 재즈와 맞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곳에서 1년을 배우고 장학금을 받고 버클리로 가게 된 거죠."
그녀가 처음 대중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05년 여성 듀오 프로젝트 '드리밍 버터플라이'를 결성했을 때였다. 듀오로 시작해 솔로로 홀로 선 것이다. 함께 하는 음악과 홀로 하는 음악의 차이점을 물었더니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장단점이 있어요. 같이 할 때는 다른 데서 곡을 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마음이 잘 맞으면 평생 같이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혼자 하면 외롭고 힘들 때도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지요. 반면 내 색깔이 강해지는 이점도 있어요."
CCM으로 시작한 음악세계의 종착점이 재즈가 될 것인지 물었더니 그녀가 답했다.
"무슨 노래를 하든 재즈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음악이 될 것 같아요. 팝을 하든, 가요를 하든 재즈가 기본이 되고 바닥에 깔린 음악이 되겠지요. 다만 대중들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들으면서도 색깔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들이 내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구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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