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는 절박한 상황에 봉착했다. 이대로 간다면 경제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 모두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더 고약한 점은 경제 악화의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든 노동시장의 문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득권 고수·총파업 강행 땐 공멸
내수와 수출이 모두 내리막길을 가는 이유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있다. 10% 정도의 근로자가 종사하는 대기업은 임금 수준이 선진국 수준이지만 90% 가까운 근로자가 일하는 중소기업은 임금이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고 고용도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가 살아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 대기업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해외 투자에 눈을 돌려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증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이 국민 경제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노동조합의 힘 때문에 임금을 인상해놓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 전가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제 발등에 도끼 찍는 식의 문제는 고용노동시스템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한국노총과 경총, 그리고 정부가 이러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해 3월 말까지 노사정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노동시장 개혁이 노사 당사자에게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개혁은 변화를 요구하고 변화는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생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사정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하는 와중에 민주노총은 노동자와 서민을 살리고 정부에 대한 투쟁을 벌이기 위해 4월에 총파업을 한다고 선언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왜, 누구를 위해 파업을 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노총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와 생계를 걱정하는 서민을 위한다면 노동시장개혁에 참여하고 노사정합의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재계와 정부에 대해서 요구할 일이 있다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유럽 등 선진국의 노동운동 화두는 경제와 고용 문제의 해결이다. 복지도 경제와 고용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그래서 노동계도 기술혁신·세계화, 인구구조 변화가 성장잠재력을 저하하고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발전 모형을 찾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총파업을 통해서 경제와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할 노동운동가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대안을 찾는 길이 근로자를 위한 노동운동의 길이다.
대화·타협 통해 이중구조 해결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대기업 노사 문제 중심의 기존 고용노동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경쟁력 제고와 인적자원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 노사가 뼈를 깎는 거의 혁명적인 개혁을 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노사정은 합의를 위한 합의를 했다는 힐난을 듣지 않으려면 민주노총의 총파업 예고에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고용노동시스템을 만든다는 각오로 철저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경제 살리고 일자리 만들고 소득 키워달라는 근로자들과 서민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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