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27일 국회 사무처와 각 상임위원회 등을 조사한 결과 총선 직후인 지난 16~22일 여야 의원 4명이 여성복지 시찰 명분으로 핀란드ㆍ스웨덴ㆍ영국을 다녀왔고 장애인제도 시찰 명목으로 2명의 의원이 28일부터 5월3일까지 뉴질랜드를 방문 중이다. 이들은 지난 총선에서 모두 낙천하거나 불출마해 보상 성격의 시찰을 다녀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는 5월에도 낙천ㆍ낙선 의원들 중심으로 외유를 추가 계획하고 있다.
상임위별로도 해외시찰을 현재 진행하고 있거나 5월에 계획하는 곳이 많다. 우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 4명이 25일부터 7박9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재정정책을 시찰하고 있고 지식경제위도 5월 중순 해외 시찰을 예정하고 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ㆍ교육과학기술위원회 등도 5월 해외시찰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환경노동위원회는 4월에 해외를 다녀왔다.
5월에 나가지 않는 다른 상임위는 19대 원구성 협상이 한창 진행되는 대부분 7월에 외유를 계획하고 있다. 상임위 해외시찰에 가지 않는 의원들도 이 기간에 선진 국회 연구ㆍ친선ㆍ국제교류라는 명분으로 해외여행을 한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의 경우 평소에는 위원장과 여야 간사, 의원 일부가 가는데 요즘은 낙천ㆍ낙선자가 보상 차원에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회는 18개 상임위별로 평균 연간 3,000만원가량의 해외시찰 비용을 쓴다. 이와 별도로 매년 8개 상임위씩 돌아가면서 1억5,000만원 정도의 추가 해외시찰 비용이 지급된다. 또 연구회 등 의원 연구모임의 해외시찰에도 연 5억~6억원이 지원된다.
국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식일정이 일부 들어 있지만 사실상 관광일정이 많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문제는 한번 나갈 때마다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반면 관광에 치중해 연수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변변한 성과 보고서가 나오지 않고 관련 비용도 공개되지 않는다.
일부 의원들은 "과거 부부동반이나 피감기관 돈을 받아 갈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관광 자체로도 견문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고 강변하지만 정부의 예산을 감시하는 국회가 의원 외유 예산에는
감시나 제한이 전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원들의 무분별한 외유 외에 국회의 특수활동비(올해 86억원)도 대표적인 모럴해저드로 꼽힌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어 이른바 '눈먼 돈'이라 불리는 특수활동비에 대해 국회는 국세청 등 정부기관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입법과 정책수립ㆍ정부견제 등에 꼭 필요한 노하우를 얻기 위한 해외시찰만 나가고 비용과 일정ㆍ연수성과를 곧바로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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