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은 국가 간 협정이다. 관세철폐 기간과 품목은 두 나라 사이의 약속사항이다. 이행에 대한 강제조항이나 처벌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처럼 FTA 협상 내용을 지키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는 "인도네시아 측에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 측 인사는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향후 전개과정은 유동적"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의 일방적인 관세 미이행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말로만 '통상 선진국'이지, 무역 갈등이 생길 때 대처하는 능력만 놓고 보면 여전히 '통상 후진국'이다.
인도네시아의 '느긋한' 대응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의 FTA 이행에 대한 추가협의 내용을 밝힐 수 없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관세인하 미이행에 따른 우리나라 기업피해가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상반기에만 인도네시아에 71억421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국 중 8번째다. 인도네시아와의 거래기업 수가 적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인도네시아가 과거 기간의 관세 미인하 부분을 소급해서 처리해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도네시아가 관세인하를 앞으로 시행한다고 해도 최초 이행시점과의 차이기간에 있었던 국내 기업의 피해를 보상해주겠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관세 미이행 부분에 대한 문제는 정해진 원칙이나 규정 같은 게 없다"며 "인도네시아가 향후 관세인하 이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급 문제는 별도로 다시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인도네시아를 압박하고는 있지만 보복조치는 아직 꺼내지 않은 상태다. 외교부는 "현재로서는 협상진행 정도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관세이행을 하는 데 의지를 보이고 있어 최대한 협의를 해보겠다는 얘기다.
정부 일각에서는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나라도 인도네시아 물품에 관세인하를 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강경론이 나온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국 정부가 관세인하 등을 하지 않으면 압박책으로 우리도 똑같이 일처리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외교 라인이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만 추진했지 정작 중요한 FTA 이행문제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인도네시아 같은 사례가 이어지면 FTA를 맺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수출이 아쉬울 때 FTA 이행은 물론 그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FTA 이행상황 점검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통상 분야 관계자는 "FTA 발효 이후에도 양국이 계속 만나 협의를 하지만 인도네시아 건처럼 제대로 일처리가 되지 않으면 FTA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유통구조 개선과 함께 다른 나라의 이행점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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