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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화보유액을 관리하는 주요 인사들이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급격한 엔저유도 정책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중국도 글로벌 환율전쟁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의 2인자인 가오시칭 사장은 전인대에서 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의 환가치 약세 유도는 다른 나라 돈으로 자국 수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라며 "이웃 나라를 쓰레기통(garbage bin)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한 이래 중국 인사의 발언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이다. 또 중국이 지난달 15~16일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 전후로 자국의 고정환율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우려해 환율 발언을 자제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엔저 기조를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가오 사장은 "환율전쟁은 다른 나라에 해가 될 뿐 아니라 일본 자체에도 이롭지 않다"며 "일본이 책임감 있는 국가로서 행동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WSJ는 "일본 등 선진국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중국으로 자본이 대량 유입되면서 중국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첸위루 인민은행 고문도 이날 "올 하반기 중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선진국의 완화정책 등으로) 가중될 것"이라며 "환율전쟁의 양상이 상당히 심각하고 중국은 명백히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월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도 미국과 일본 등의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면서 투기자금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동안 중국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자국 환가치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또 미국 국채 보유량이 1조2,000억달러에 달해 미 경제 회복이 자국에도 도움이 되는데다 국제사회의 '위안화 가치 저평가'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글로벌 양적완화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일본의 엔저 정책이 주요국의 통화가치 절하 경쟁을 촉발하고 핫머니가 중국에 유입되면서 물가불안과 위안화 추가 절상으로 이어지자 아베 정권의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2년 연속 7.5%로 잡으며 '바오바(保八ㆍ최소 8%대 성장률 유지)' 정책을 포기한 반면 인플레이션 목표는 지난해 4%에서 3.5%로 내렸다. 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물가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 최근 중국 정부는 물가상승 우려를 반영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다.
한편 이날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아베 총리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을 정치화했다"며 정책적인 엔화약세에 우려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일본경제 회생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엔화약세를 공개적으로 용인하고 있지만 미 금융계 내에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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