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회복 바로미터
신규주문지수 하락세에 고용지수 금융위기후 최저
1분기 GDP성장률 6.85%… 소비자물가도 1.2% 전망
"금리 인하 시간문제일 뿐" 추가 부양 기대감 높아져
지난 15일 폐막된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의 화두는 7% 안팎의 중속 성장시대 선언이었다. 하지만 양회가 끝난 지 불과 열흘도 안돼 중국 안팎에서는 벌써 디플레이션 우려와 추가 부양책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글로벌 경제를 견인했던 중국조차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24일 발표된 HSBC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결과는 다소 충격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경기기준점인 50을 밑돌았던 PMI가 2월 50.7로 깜짝 반등하며 춘제 이후 3월 경기전망을 밝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경기위축 국면에 진입한 PMI는 중국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정부의 생각보다 더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제조업 PMI만으로 경기침체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앞으로 발표될 '신규주문지수'와 '고용지수'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1개월 만에 최저치인 49.3을 기록한 신규주문지수는 중국 정부가 경기회복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하는 내수의 바로미터다. 만약 신규주문지수까지 하락세를 보인다는 것은 내수회복을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달성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특히 리커창 총리가 유독 강조하는 고용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고용지수의 하락은 기업들이 경기둔화에 견디지 못해 고용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춘제 이후 둥관ㆍ원저우 지역의 1회용 라이터 공장들이 동시에 문을 닫으며 2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했다.
취훙빈 HSB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 1~2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고정자산투자 등 주요 지표가 시장전망을 밑돈 가운데 3월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지표마저 부진하게 나오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신규 사업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생산지수 성장폭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선행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부정적이다. 7% 내외 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중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원은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6.85% 안팎으로 예상했다. 이달 초 전인대에서 발표한 올해 성장률 목표인 7% 달성이 첫걸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셈이다. 사회과학원의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면 1ㆍ4분기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급격히 떨어진 2009년 1·4분기(6.6%)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기록된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도 어둡다. 사회과학원은 1ㆍ4분기 CPI가 1.2% 안팎으로 겨우 1%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2월 CPI는 각각 0.8%, 1.4%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년째 하락세를 보이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커지게 하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앞서 상하이증권보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했는지 계속 관찰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정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과학원은 2ㆍ4분기에도 성장률은 6.8%, 소비자물가지수는 1.5%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디플레이션에 바탕을 둔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금리와 지급준비율의 추가 인하를 인민은행이 검토하고 있다며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지난해 통화정책보고서 발표 이후 "어떤 통화정책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앙정부의 재정정책도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세나 사회보험비용 인하, 급여 인하 등은 물론 국유기업 개혁을 통해 늘어난 배당금을 경기부양 재원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신규 사업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것이 제조업 경기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프라 사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앙정부는 지방부채 1조위안을 차환 발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을 경감시켜 신규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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