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은 시나리오를 쓰던 김휘(44ㆍ사진)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게다가 투입된 예산은 19억원. 기본 제작비가 30억~40억 사이인 요즘 세태를 감안하면 저예산 영화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다. 그런 조건 아래서도 이웃사람은 5일 누적 관객수 201만2,591명으로 200만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후 14일만이다.
새 영화 '공모자'들에게 지난 주말 동원 관객숫자와 매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투자금액과 동원 관객수를 감안하면 놀라운 선전을 이어 가고 있다. 처녀작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김휘 감독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대본은 여러 편 썼지만 감독으로서는 데뷔작이다. 감독을 해 보니 무엇이 힘들던가.
"생각했던 것 보다 논의하고 설득할 대상들이 많더라. 제작사ㆍ투자사와 마케팅 등에 관해 논의의 단위를 넓혀야 하고 설득의 스킬을 갖춰야겠더라. 그런 능력이 부족하니 괜한 고집만 세우는 것처럼 보인 것 같다. 스릴러와 드라마 사이에서 고민했다. 처음에는 드라마로 시작했는데 '스릴러쪽으로 옮겨져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마케팅쪽 요구가 있어서 그렇게 정리됐다."
-대본만 쓰다가 영상을 그렸는데 어렵진 않았나?
"콘티작가도 있고 촬영감독도 있는 만큼 그분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작가가 감독으로 데뷔할 때 미장센(mise en scene : 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무대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이 약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전문가에게 의지하고 신경도 썼는데 100%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다. 19억원이라는 예산의 범위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웃사람은 웹툰의 완성도와 성가가 워낙 높았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내심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투자자를 설득하기에도 좋았다. 튼튼한 이야기 구조도 그렇고…. 그런데 그림으로 옮기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다보니 기대치를 벗어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부담스러워 지더라. 독자 입장에서는 원작과 다른 새로운 장르로 옮겨갈 때 원작과 동떨어진 캐릭터가 등장하면 배신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반면 원작대로 가면 왜 굳이 영화로 만들어야 하는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안타까웠다. 나는 원작대로 가는 쪽을 택했다. 신임감독으로는 안이한 선택이었다."
-대사가 매끄럽더라. 이를테면 수연이가 형모의 후진을 봐주고 나서 형모가 명함을 건네면서 돈이 필요하면 찾아오라고 하는 대화는 재미있었다.
"그 부분 원작에는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를 이끌어내고 싶었다. 형모가 살인마하고 주차 문제로 싸울 때나, 장애인 주차공간에 주차하는 장면은 사실 살벌한 장면이다. 여중생 수연이가 사채전단을 받는다면 현실적으로 섬뜩한 일인데 그런 장면을 아이러니로 끌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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