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예술의 전당과 CJ그룹에 따르면 CJ는 지난해 8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의 총 리모델링 공사비 250억원 가운데 15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675석인 공연장을 1,030석으로 늘리는 이 공사는 오는 12월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공연계는 CJ가 이 후원금을 대가로 '토월극장'의 이름을 'CJ토월극장'으로 바꾸고 재개관하는 내년 1월부터 향후 20년간 매년 3개월씩 'CJ토월극장'을 독점 사용할 권리를 가져간 사실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극단 대표는 "수십조원씩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 150억원을 내고 국내 공연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토월극장' 이름까지 가져갔다"며 "CJ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공연시장까지 장악하며 중소 극단과 공연회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연계 인사는 "공연계의 큰손으로 부상한 특정 대기업이 토월극장에 대해 20년간 매년 3개월의 대관을 독점한다면 예술의 전당 대관이 회사의 존폐와 연결되는 소규모 극단과 공연회사의 대관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CJ의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연계는 특히 공공기관인 예술의 전당이 특정 대기업의 지원과 후원을 이유로 주요 공연장 이름과 사용권을 파는 행위에 대해 "예술의 전당이 예술가의 혼과 정신까지 팔고 있다"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공연계가 이처럼 CJ에 경계감을 표시하는 것은 CJ가 계열회사인 CJ E&M을 중심으로 영화와 방송시장은 물론 공연분야에서까지 급격하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CJ는 대규모 자금력을 토대로 최근 대학로에 전용극장 설립은 물론 주요 연극 및 뮤지컬까지 직접 제작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공연계에서는 요즘 돈 되는 공연 뒤에는 CJ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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