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께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을 지원하는 기기의 수가 PC·태블릿·스마트폰을 제외하고도 260억원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네트워크 통신장비 회사 시스코시스템스 역시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가 2008년 이미 전 세계 인구 수를 넘어섰으며 2020년 500억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물인터넷이 앞으로 100년간 창출할 경제 가치는 총 19조달러, 우리 돈으로 약 2경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시장이다. 특히 사물인터넷은 특별한 산업의 경계가 없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의 파급 효과와 확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융합으로 인프라 개선 관심을
우리 정부도 사물인터넷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사물인터넷 기반 조성과 시장 창출 등을 위한 '인터넷 신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으며 지난 5월 출범한 정보통신 최상위 의결기구인 정보통신 전략위원회 첫 회의에서는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사물인터넷 기본계획'이 확정되기도 했다.
산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밴드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으며 냉장고·TV·에어컨·세탁기 등 가전에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추가된 스마트홈 솔루션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산하 미래기술육성센터를 통해 '에너지 저장 및 하베스팅'과 함께 '사물인터넷 보안' 분야를 국가 기술 발전을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 테마로 선정하고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의 산업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전제품을 위주로 소비자의 편리함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좀 더 거시적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사물인터넷 기술의 시야를 넓혀 도시 전체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도시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시는 지구 면적의 단 2%를 차지하지만 세계 인구의 50%가 집중돼 있으며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75%도 도시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도시의 운영 효율을 높이면 전력·환경·교통·안전 등의 거시적인 사회 환경 개선에서도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도시를 스마트하게 바꾸고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은 이미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도되고 있다. 스페인 말라가에서는 스마트 가로등 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비용 및 탄소 배출량을 30% 절감했으며 미국 휴스턴에서는 시청을 포함한 40여개 건물에 빌딩 관리 솔루션을 적용해 에너지 및 물 사용량을 300만달러까지 절감했다. 가까운 중국에서도 베이징·톈진·구이양 등 도시에서 신호 체계 개선, 교통량 감시, 스마트그리드 등의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교통 인프라를 혁신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 내 전력 배전, 빌딩 관리, 보안, 수처리, 데이터센터 등 각 시설이 시스템에 서로 연결되면 각 요소의 전력 사용량과 가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 최적화할 수 있게 된다.
전력·교통 등 사회 환경 개선 이끌어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각 가정에서 수집된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전력망에 연결해 분석하면 시간, 사용처별 에너지 수요량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적재적소에 전력을 분배함으로써 버려지는 전력을 최소화하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훌륭한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사물인터넷 구현에 필요한 기반기술을 갖춘 경쟁력 있는 전자업체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 기기에 대한 국민의 친밀도가 높은 것 또한 장점이다. 사물인터넷 확산을 위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여러 파트너 간 협력을 통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도시 차원으로 확산시킨다면 그 파급력과 발전 속도가 다른 어느 도시보다 크고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국내에서도 사물인터넷이 가진 다양한 잠재력에 주목하고 사물인터넷과 운영 효율화 기술의 융합을 통한 도시 인프라 개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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