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0일 정부의 전날 남북회담 제의에 대한 반응 없이 정부가 대화 채널로 내세운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6면에 ‘체제통일의 개꿈에 사로잡혀’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정부가 “체제대결을 본격화할 기도 밑에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냈다”며 통준위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신문은 통준위가 준비 중인 통일헌장에 대해서도 “북침 야망을 실현하려는 위험한 전쟁문서”로 규정하고 “괴뢰반역패당의 반통일 범죄행위를 역사와 민족은 철저히 결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또 ‘악랄하게 감행된 반공화국 심리모략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정부가 반북 ‘대결 망동’을 벌였다며 “우리 공화국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악의에 차서 비방중상하는 도발적인 삐라 살포를 비롯한 심리모략 소동은 그 대표적 실례”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정부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 국민대통합위원회와 통일준비위원회에 반공화국 삐라 살포 단체들을 끌어들였다”며 남북 당국간 회담 제의의 전면에 나선 통준위를 직접 겨냥했다. 이어 “동족 대결에 기승을 부린 괴뢰역적패당의 죄악의 천백배로 결산돼야 한다”며 향후 남북관계에서 대북전단을 지속적으로 문제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동신문은 ‘대결 흉심을 드러낸 북인권법 조작 책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 제정 움직임을 비난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치마두른 독재광”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매도했다.
북한이 정부의 대화 제의 하루 만에 대북전단과 북한인권법을 꺼내들고 통준위와 박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한 것은 제의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기에 앞서 탐색전을 벌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요구사항들을 던져놓고 남측의 진정성을 살펴본 다음 입장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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