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를 부활시킨 하르츠 개혁 주역들의 조언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한국 노동개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누리당은 4월 결렬된 노사정위원회 재가동에 주력하는 데 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적 대타협을 명분으로 삼아 한국노총·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노사정합의체를 요구하며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더욱이 야당은 새로운 대타협기구에서 대기업 개혁과 증세 방안까지 논의해야 한다며 물타기 작전을 벌이고 있다. 표 계산에만 골몰한 정치권이 노동개혁에 숟가락을 얹으면 공무원연금처럼 맹탕 개혁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올 하반기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결국 독일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사 합의에만 매달리다가는 자칫 부지하세월이 되면서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대국민담화문에서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개혁의 절박성과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말로만 속도전을 외치며 노사정위에 책임을 떠넘긴다면 국민이 체감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게 우리 현실이다. 독일은 노사정위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자 결국 하르츠위원회에서 개혁안을 만들고 입법을 관철했다고 한다. 현 정부는 하르츠 개혁의 성공 요체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과 타이밍, 그리고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었다는 조언을 명심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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