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불문하고 유흥과 오락을 즐기는 인간의 본성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인 J.하위징아는 인간을 유희하는 존재란 뜻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 칭했을까. 특히 우리민족은 예나 지금이나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암울한 시대였던 구한말 일제 강점기에도 조상들은 타고난 본성을 버리지 못했던 듯 싶다. 구한말부터 광복 전까지 근대 경성의 연예사(演藝史)를 다룬 흥미로운 이야기가 신간으로 소개됐다. 당시 궁궐에서는 기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돈을 내고 공연을 보는 사설 공연장이 생겨났다. 소리꾼ㆍ재담가ㆍ만담가 등 새로운 스타가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고 오늘날 연예 개념의 전단계인 연희가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 게다가 이 시기는 한국 연예사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던 때다. 한국 최초의 극장, 최초의 영화, 최초의 연극배우와 가수…. 당시 일반 사람들은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명월관 기생 공연 한번 구경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면서 푸념했을 정도.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여러분이시여,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라는 구절은 경성시대 어느 공연장을 선전하기 위한 신문 광고 문구다. 저자는 명월관ㆍ원각사ㆍ단성사 등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스타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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