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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불황 이면에 대한 소고(小考)

정구영 부동산부 차장 gychung@sed.co.kr

불황이다. 경기회복을 위한 여러 처방전이 거론되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해법은 없어 보인다. 불황의 원인이 그만큼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1~9월 동안만 5조6,793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불황에도 이 같은 대규모 순이익이 발생한 것은 가계 부문에 대한 주택담보 대출 덕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초유의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2%포인트 내외의 예대금리 마진을 유지, 배를 불린 셈이다. 반면 가계 부문은 과잉부채부담(debt overhang)에 시달리고 있다. 과잉부채부담은 현재의 소비뿐 아니라 미래의 소비도 크게 제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내수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차적 원인도 이 같은 메커니즘 때문이다. 현재 국내 부동산시장은 버블로 가득하다. 부동산의 적정 내재가치에 은행ㆍ시행사ㆍ시공사ㆍ떳다방 등의 마진이 덕지덕지 붙고 이는 곧바로 분양가나 주택가격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부동산시장은 다단계 판매시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부동산업자들은 경기부양과 집값 안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딜레마를 겨냥, 줄기차게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부활이 경기회복의 대전제며 이를 위해서는 주택담보 대출 비율의 재확대, 분양권 전매규제 완화, 양도세율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말대로 하면 경기가 회복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동산업자들이야 다시 호경기를 맞겠지만 경제 전체의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집값 급등에 대한 불안심리가 되살아나 대규모 차입을 통한 주택구매는 재차 늘어날 것이고 이는 가계 부문의 부채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1~2002년의 과잉경기부양(신용카드와 부동산) 및 이로 인한 빚 잔치 후유증으로 우리 경제가 소비부진에 따른 위기를 맞았다는 금융연구원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 크다. 가계 부문은 그동안 부동산 대박 신화에 휩쓸리고 저금리라는 빚 좋은 개살구에 현혹돼 빚덩이를 키워왔다. 거시경제는 무시한 채 부동산은 불패라는 부동산업자들의 속삭임, 그리고 가(假)수요와 머니 게임이라는 괴물에 농락당해 거품 위에 앉게 됐다.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짝 경기회복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우선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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