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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경기부양 부작용 속출

통화가치 급락… 해외투자가 이탈… 외채상환 부담…<br>중국은 자산운용 투자 급증 은행 자금부족 우려<br>다국적 기업은 환차손 등 영향 실적악화 이어져


브라질ㆍ인도ㆍ러시아 통화가치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 하락 … 달러화 대비 10% 이상↓

경기전망 어두워 투자가들 투매 … 다국적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

中 금리 인하에 전통 예금보다 자산관리상품 인기 … 은행권 자금 부족 우려

브라질ㆍ인도ㆍ중국 등 신흥경제국에서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신흥국들이 유럽발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오히려 성장률 전망은 악화된 반면 유동성 급증으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들이 이들 국가의 통화를 대거 내다팔고 달러화ㆍ엔화 등 안전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지난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로 떨어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이후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11.9%나 폭락했다. 러시아 루블화와 인도 루피화 가치도 달러화 대비 각각 11.02%와 10.95%나 떨어졌다.

이들은 2008년 이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국가들이다. 브라질의 경우 27일(현지시간)에도 정부구매 확대와 기업 등에 대출하는 공적자금 대출금리 인하 등을 골자로 한 84억3,400만헤알(4조7,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부양책에도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가들이 브라질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는 실정이다.

자원수출에 의존해 성장해온 러시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상품시장 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가들이 러시아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올 5월까지 지난해 전체 순유출액인 80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465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신흥국 기업들의 외채상환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브라질 기업들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236억달러)에 맞먹는 199억달러를 해외에서 빌려왔다.



◇다국적 기업 실적에도 타격=이 같은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다국적 기업의 실적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달러화ㆍ파운드화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가격이 높아진데다 환차손도 입기 때문이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27일 아시아 지역의 경기둔화와 통화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한자릿수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의 필립모리스도 달러화 강세를 이유로 들며 올해 실적전망치를 당초 주당 5.23달러에서 5.10~5.20달러로 낮췄으며 세계 최대의 가정용품 업체인 프록터앤갬블(P&G)도 지난 두달 사이 두 번이나 실적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크리스티안 바르베 크레디아그리콜 이머징마켓 리서치 대표는 이에 대해 F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가들이 신흥국 시장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으며 이제 뉴 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은행권 자금 부족 우려=부작용을 겪기는 대규모 경기부양에 신중한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조위안에 달하는 유동성을 퍼부었다가 부동산 거품 등의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인들이 전통적인 예금자산에 넣어둔 돈을 빼내 고수익을 내는 자산운용상품에 투자하고 있어 중국 은행권의 자금이 마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중국인들의 자산운용상품 투자액은 전체 은행 예금의 12%인 10조4,000억위안에 달한다. 이는 2010년 말의 6%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위험부담이 큰 자산운용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내리면서 은행 예금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은행들의 6개월 만기와 1년 만기 예금금리는 각각 3.05%와 3.25%다. 반면 자산운용상품의 연간 수익률은 4.5%로 이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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