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분통이 터져 잠이 안 옵니다. '사무총장 집에라도 찾아가 하소연하라'고 주변에서 얘기하는데 혹시 주소 좀 아세요?"
새누리당에 수도권 공천을 신청했다가 친박근혜계 핵심에 줄을 댄 현역 의원 A씨에게 경선조차 못해보고 탈락한 정치신인 B씨(여)는 좌절감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0년 넘게 당에 헌신하며 선량의 꿈을 키워온 그는 A씨가 도덕성 논란이 많고 의정활동 성과도 부진해 최소한 경선기회는 확신했었다. "이건 완전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선대본부를 꾸리는 것 같습니다. 총선에서는 계파를 떠나 다양한 인재를 구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B씨의 독백이 가슴을 친다.
서울 강남을에 전략공천됐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ㆍ3사건 폄훼논란으로 낙마한 이영조씨 역시 공천(公薦)이 아닌 사천(私薦)의 폐해가 드러난 결과다. 뉴라이트 출신인 그는 반란의 뉘앙스가 강한 'revolt, rebellion'라는 용어를 쓰고 "가치중립적이며 항쟁ㆍ봉기라는 표현이지 폄훼의도가 없었다"고 강변하지만 '천박한 역사인식'이라는 비판세례를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친노무현계 위주 계파 장벽에 막혀 정치신인들이 좌절하고 있다.
서울에서 수년간 표밭갈이를 했으나 경선조차 못해 본 C씨는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인사가 계파를 업고 전략공천돼 낙하산이나 다를 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다 보니 정작 전략공천감인 인물이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도권 경선에서 패한 문용식 인터넷소통위원장에 대해 공천심사위원 D씨는 "이런 사람을 전략공천해야 하는데 계파의 이해관계로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20대 민주화 운동과 30~40대 성공적 기업경영을 꾀한 문씨는 "당이 계파정치의 틀을 과감히 깨지 못해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줬다"며 "신인이 경선에서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의 벽을 뚫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여야가 수백명씩의 비례대표 후보를 접수 받고 불과 1주일도 안 돼 발표하려는 것만 봐도 공천과정이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변혁의 시대를 맞았음에도 볼구하고 참신하고 역량 있는 정치신인들은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게 생겼으니 참 딱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