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리안호가 투입되면서 현장에 오래 머무를 수 있고 작업시간도 늘어나 발굴속도가 기존 시뮤즈호보다 배 이상 빨라졌어요. 지난해 여름 선체 유물을 발견했지만, 조류가 빨라 작업 자체가 어려웠던 곳입니다."지난 19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도 발굴현장에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신종국(40) 학예연구관은 지난 5월30일 투입된 누리안호의 성과에 대해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지난 40여일간의 탐사에서 추가로 발견된 것은 70여점이고 이번 발굴성과 만으로도 이미 누리안호 건조비용 3분의 1은 건졌어요."
누리안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양유물 발굴ㆍ인용 전용선이다. 290톤급으로 기존의 18톤 요트급 탐사선 시뮤즈호와는 비교가 안 된다. 걸음마 단계인 일본과 동아시아 국가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벌써 수 차례 다녀갔다. 영흥도 앞바다에서 12세기말에 침몰된 길이 20~30m 의 고려시대 상업용 목선 유물을 발굴중인 누리안호를 다녀왔다.
누리안호는 각종 잠수 장비는 물론, 강이나 바닥에 덮인 흙을 걷어내는 제토설비와 선체를 끌어올릴 인양장비인 크레인도 2대 갖췄다. 잠수통제실에는 잠수부의 머리부분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수중 유물 발굴 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또 돌발적인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열영상관측시스템도 갖춰, 잠수부에 대한 산소 공급, 제토 작업 등 수중 발굴작업의 모든 상황을 컨트롤 했다.
오랜 기간 물속에서 작업하는 연구자들의 잠수병에 대비한 감압 챔버도 갖췄다. 이 장비가 없으면 깊은 수심에서 올라올 때, 인체에 작용하는 압력을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양순석(41)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수면 20여m 아래에서 땅을 파고 흙을 걷어내고 촬영과 인양하는 과정에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누리안호에는 통상 민간잠수사 4명과 연구원 3명, 선박직원 8명 등 조사단 20여 명이 탑승한다. 한 번 출항하면 20여일 해상에서 머물 수 있다.
이 날은 2개월여에 걸친 이 지역 탐사를 마무리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갑판에는 이미 인양된 길이 4m 정도의 선체 외벽조각 2점이 놓여있었다.
첫 잠수부가 바다에 들어가고, 약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제2, 제3의 인원이 바다로 투입됐다. 잠수부의 생명선이나 다름 없는 케이블 뭉치가 길게 풀어져 물 속으로 사라졌다. 케이블을 구성하는 네 선 중 노란 선은 공기(산소와 질소가 2대8 비율), 회색은 수심체크 게이지, 그리고 라이트와 CCTV 케이블이다.
마지막 잠수부가 입수한 지 20~30여분쯤 지났을까, 첫 팀이 먼저 선체 조각을 들고 올라왔다. 발굴된 선체 조각은 배의 옆면 3조각으로 배 전체의 10~15% 정도 남은 셈. 배가 침몰해 가라 앉은 후, 배 안에 실렸던 철제 솥에 눌린 부분만 남고 모두 떠내려 간 것이다.
고려청자와 철제 솥 등 유물들이 연이어 갑판으로 올려졌다. 이번 발굴에서는 철제 솥 20~30점이 대거 발견됐다. 문환석(50) 수중발굴과장은 "수십 개의 솥이 발견된 것은 그만큼 해상운송이 활발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고려 때 곡물ㆍ도자기 외에도 개경으로 가는 물건이 더 있었다는 증거다. 선박 발달사의 공백기인 12세기 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천 일정을 마친 온누리호는 오는 26일부터 진도 오류리 명량해전지 발굴현장으로 투입된다. 명량해전으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는 당연히 거북선이나 안택형선(일본 대형전선), 조총 등을 찾는 것이 제1 과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