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최경주(42ㆍSK텔레콤)도 첫날 제대로 시동을 걸지 못해 대회 사상 첫 타이틀 방어 계획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하지만 재미교포 케빈 나(29)와 새내기 배상문(26ㆍ캘러웨이)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한국계 선수의 2연패 가능성에는 파란 불이 켜졌다.
케빈 나는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소그래스TPC(파72ㆍ7,215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를 5언더파 67타로 마쳤다. 이안 폴터(잉글랜드)와 마틴 레어드(스코틀랜드)가 7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나선 가운데 케빈 나는 공동 4위에 올라 우승 경쟁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배상문은 4타를 줄여 11명이 몰린 공동 6위 그룹에 합류했다.
케빈 나로서는 자신의 후반 첫 번째 홀인 1번홀(파4) 더블보기가 아쉬웠다. 10번홀에서 출발한 그는 전반에만 6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펄펄 날았다. 파죽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은 불운의 1번홀. 왼쪽 러프에서 친 두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을 향해 날아가다가 12m 높이의 야자나무에 맞고는 가지 사이에 박혀 떨어지지 않았다. 케빈은 나무를 힘껏 흔들어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릴없이 1벌타를 받고 원위치로 돌아가 4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그는 2타를 잃어 4언더파가 됐다. 지난해 4월 텍사스 오픈 첫날 9번홀(파4)에서 티샷을 나무 숲으로 보내 무려 16타를 적어냈던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후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더 줄였다.
골프규칙 27조는 볼이 나무 위에 걸렸을 때 처리 방법을 두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나무 위에 있는 볼을 확인했으나 회수할 수 없는 경우는 언플레이어블(1벌타) 선언 후 나무에서 2클럽 이내 지점에 드롭하고 칠 수 있다. 반면 그 볼이 자기 것인지 확인할 수 없을 때는 케빈 나의 경우처럼 분실구(1벌타) 처리하고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 쳐야 한다. 케빈 나는 "이런 일은 흔치 않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케빈 나는 지난해 10월 저스틴 팀버레이크 대회에서 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고 올 시즌 13개 대회에서 4차례 '톱10'에 입상했다.
배상문은 버디 5개와 보기 1개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배상문은 그린적중률 83.3%(공동 2위)의 아이언 샷이 발군이었다. 평균 297야드(16위)에 달한 드라이버 샷도 뒷받침됐다.
디펜딩 챔피언 최경주는 3오버파(버디 3, 보기 6)로 공동 114위에 그쳤다. 첫 번째와 세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출발은 좋았지만 퍼트 수 33차례가 보여주듯 그린 플레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양용은(40ㆍKB금융그룹)은 8오버파로 최하위권에 처졌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3ㆍ북아일랜드)는 그린이 물로 둘러싸인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범한 끝에 세계랭킹 2위 루크 도널드(35ㆍ잉글랜드)와 나란히 공동 55위(이븐파)에 자리했다. 지난주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컷오프 됐던 타이거 우즈(37ㆍ미국)는 공동 100위(2오버파)로 부진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개 대회 연속 컷오프를 당할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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