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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개고기·병아리요리 즐기던 조선 탐식가들

■ 조선의 탐식가들 (김정호 지음, 따비 펴냄)


조선은 성리학 이념이 밥상까지 지배한 시대였다. 왕은 12첩 반상, 귀족은 9첩, 양반은 7첩, 중인 이하는 5첩ㆍ3첩 반상을 차려 먹도록 강제한 것은 사대부 중심의 계급질서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이데올로기를 비집고 맛을 탐한 이들도 분명 있었다. 책은 그 같은 조선의 탐식ㆍ탐미가들을 모았다.

중종의 사돈으로 권세를 누린 김안로는 개고기 탐식가였다. 맛있는 개고기 요리를 바친 자들을 조정의 요직에 등용해 구설에 오를 정도였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잔칫상에 어떤 음식이 올랐는지도 자세히 적혀 있는데 이중 눈에 띄는 음식이 '구증(狗蒸)' 바로 개고기찜이었다. 효종 때는 개고기 요리때문에 사대부 관리가 요리사를 때려죽이는 일이 있었고, 다산 정약용은 길고 고달픈 유배 생활 중에 건강을 지키고자 개고기를 먹었다.

인조 반정으로 공신에 오른 김자점, 양모 화완옹주와 함께 정조의 정적이었던 정후겸은 '갓 부화한 병아리' 요리를 즐겼는데, 이들의 탐식은 후에 권력을 잃은 뒤 '패륜'이라며 공격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후세에 탐식가로 인정받으려면 진귀한 음식을 찾아먹는 일 외에도 그것을 기록해 남기는 게 필요하다. 세조의 계유정난을 눈감아 준 대가로 부를 누린 서거정은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정승이 되지 못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그는 5가지 미덕을 두루 갖춘 두부, 군자의 음식이라는 우심적 등을 시로 찬양했다. 음식 때문에 여러 차례 관직 로비를 했던 허균은 귀양살이 중에 예전에 먹었던 산해진미의 맛을 반추하며 조선 최초의 음식 비평서인 '도문대작'을 썼다. 이 외에도 조선 사람들의 유별난 쇠고기 사랑, 명나라 황제도 감탄한 조선 두부의 맛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다채로운 풍속화와 함께 수록돼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채워준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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