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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인질에서 풀리려면…

北, 동북아 볼모로 미사일 도발··· 단호히 대처해야 시장신뢰 회복

지난 2003년 말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편집장 파리드 자카리아씨를 만난 적이 있다. 인도 출신의 그는 한국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한국을 인질로 잡고 있고, 미국은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이 인질이라구요?” “그래서 미국은 북한에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관심의 초점은 한국이지요. 북한은 순식간에 한국을 상대로 대재앙을 일으킬 힘이 있고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카리아와 대화할 때만 해도 그의 ‘인질론’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 월가의 한 투자자가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하면서 한 얘기를 들으면서 한국을 북한의 인질로 보는 미국인들의 사고를 이해하게 됐다. 그의 전언인즉 부시 행정부가 초기에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 북한 핵 시설에 대해 제한 공격을 검토했던 장군을 불렀다고 한다. 그 장군은 북폭은 가능하지만 피해가 엄청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해서 공격할 경우 수백만명이 죽거나 사망하는 대재앙이 한반도에서 발생한다는 것.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 정부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50년 이상 미국을 지지해준 나라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를 이룩한 나라에서 2차대전에 버금가는 살상이 벌어지는 행위를 감행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이라크를 침공하면서도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주장하는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한국이 인질로 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두 미국인의 얘기를 종합하면 북한의 핵 무기 개발,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은 한국을 인질로 삼아 가능하다는 게 미국 조야의 시각이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는 북한의 인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지난 50여년 동안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한편으로는 경제적으로 교류하면서 한국인들은 북한을 대화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민족 공조라는 기치로 외세를 배척하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까지 당당하게 얼굴을 내놓는 세상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인질 상태의 유지를 평화라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북한과 대화하고 기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에게 식량을 대주면서 그들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시각이 확산된 것이다. 그들은 ‘불바다’를 운운하며 겁을 주는데 볼모들은 그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해왔다. 한국 경제도 북한의 인질로 잡혀 있다.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이 언급했듯이 북한 핵 개발이 한국의 신용도를 올리지 못하는 결정적 요건이고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 발길을 돌리게 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후 한국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한국 경제가 북한 군사력에 저당 잡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지난주에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또 다른 인질을 만들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바로 일본이다. 한국만으로 모자라 일본까지 사정거리에 넣어 동북아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더 이상 인질이 아님을 국내외에 확고하게 밝히는 길이다. 인질이 인질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힘에 눌리고 동정심을 느끼거나 뇌물을 줘서 진정시키려는 태도는 비겁한 행동이다. 햇볕정책을 추구하면서 북한에 퍼주기만 했다고 야당의 비난을 받았던 김대중 정부도 북한이 잠수함을 침투시키고 서해에서 도발했을 때 한치의 양보 없이 군사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한국은 북한에 비해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고 군사 행동을 강행할 경우 경제 지원을 끊어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가 북한의 군사 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할 때 인질로 잡혀 있는 국민의 신뢰를 받고 인질 구출을 위한 미ㆍ일 우방의 공조체제가 강화된다. 국내외 투자가들도 한국시장을 신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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