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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일 vs '부실기업 북한' 인수


독일의 통일을 통해 얻게 된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통일에는 대규모 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반 조건을 고려할 때 남한 주민의 부담률이 서독보다 높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 같은 분석은 통일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초래하고 학자마다 추정 비용이 달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일편익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이나 대응은 통일 문제를 편의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통일을 북한이라는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함으로써 통일비용을 부실기업의 인수비용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비용편익 위주 접근은 혼란 부추겨

통일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는 점을 들어 통일의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통일은 경제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통일이 가져올 엄청난 상황을 고려할 때 초보적인 비용편익적 분석도구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부분의 편익은 개인 또는 국가적 자부심 고취, 인도주의적 가치 증대 등 일반적인 경제의 틀 안에서 다룰 수 없는 요소들이며 상당 부분 통일 이전의 일정 수준 이상의 남북화해를 통해서도 달성 가능하다. 굳이 비용편익적인 접근을 고려한다면 통일비용 최소화가 효용 극대화의 대체적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남북한은 동서독보다 더 큰 이질성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 내부 상황은 통일 이전의 동독보다 훨씬 절망적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은 주변국에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국들의 동의를 얻어내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흔히 통일시 대규모 인구이동을 우려하고 있으나 북한의 인구분포 및 휴전선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인구이동 가능성은 낮은 편이며 이주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군사분계선으로 인해 통일 직전까지 북한주민들이 남한으로 대량 이주할 가능성은 낮은 반면 국경관리가 허술한 중국으로의 탈출이나 탈북이 더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구이동이 통일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은 유럽연합(EU) 형태의 통합보다는 독일식 통합 모델을 따르겠지만 독일과 같은 화폐전환비율을 통한 동독 지역의 시장가격 결정보다는 남한의 시장가격에 기반해 인위적인 초기 가격 설정의 가능성이 높다. 화폐통합에 앞서 금융규제체제를 확립하고 재정통합을 이뤄야 한다. 사회정의 및 소득분배 관점에서 개인 금융자산의 소유권은 존중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ㆍ생산성 격차 해소 모색해야

민영화의 경우 독일과 달리 소유권 복원은 기술적으로 적용이 곤란하지만 원소유주에 대해 어느 정도의 보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토지 민영화에 대해서 일단 모든 자산을 국유화한 뒤 단계적으로 매각하자는 의견과 시장성 자산으로서의 가치 극대화를 위해 신속한 민영화를 추진하자는 의견으로 양분된다. 대부분의 군수산업체는 해체해야 하며 경쟁력이 없는 대규모 민간기업소 역시 해체 이후 그린필드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통일 이후 가장 큰 경제적 과제는 북한의 투자유치와 북한 인력의 임금ㆍ생산성 격차 해소다. 북한 지역의 산업정착 방안으로 첫째, 첨단산업 유치를 전제로 한 고임금정책 둘째, 전통산업 유지를 목적으로 저임금을 유지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양 극단의 산업ㆍ임금정책은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돼 유기적 체제변환 모델을 보완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 이후 과도기에 누가 얼마만큼 부담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과제여서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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