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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래의 집'에서 산다] <3> 평면은 ∞로 진화한다

앞서가는 새 평면, 아파트 품질 잣대로<br>주상복합 이어 아파트도 타워형 설계로 호평<br>5베이 전면폭에 주방-거실 나란히 배치까지<br>"신평면 개발이 브랜드 전략 핵심" 경쟁 치열


주택업체들의 아파트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이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내집마련 수요자 뿐만 아니라 단순히 새 아파트 평면을 한번 구경해 보려는 고객들이 견본주택을 찾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방문객은 견본주택 평면을 흉내내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하기도 한다. A사 분양담당자는 “견본주택에는 최근 아파트 트랜드를 확인하려는 인테리어 업계 종사자들도 이따금씩 눈에 띈다”고 전했다. 새 아파트가 완공되면 멀쩡한 벽을 허물고 마감재를 뜯어내던 모습은 사라지고 오히려 기존 아파트가 새 아파트를 따라 평면을 바꾸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의 요구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주택업계가 이제는 수요를 한발 앞서 가는 평면설계로 소비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평면이 아파트 품질을 결정한다=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집값 폭락으로 신규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주택업계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평면설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품개발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평면 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 99년 분양가 자율화라 할 수 있다. 과거 원가연동제에 따른 분양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난 업계는 신평면 개발과 차별화된 단지설계를 브랜드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신평면 개발 경쟁에 나섰다. 업계의 신평면 개발 과정에서 건축설계사무소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택공사ㆍ지방공사 등 공공기관 아파트 현상설계에 국한됐던 설계사무소들의 참여가 최근에는 민간 대형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 민선주 연세대 건축과 교수는“최근 주택업계의 노력으로 아파트가 과거‘성냥갑’이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고품질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역시 아파트 평면 설계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업체들은 소비자들로 구성된 품질평가단의 의견을 실제 아파트 설계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을 전후해 공급이 크게 증가된 주상복합은 아파트 평면의 다양성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가로가 길고 폭이 좁은 판상형 아파트의 경우 평면 형태가 정방형에 가까워 차별화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타워형 설계가 적용되는 주상복합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평면 설계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아파트도 판상형 설계를 탈피, 주상복합 같은 타워형 설계를 도입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완공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이 대표적 사례. 일반 아파트임에도 타워형 설계를 도입해 조망권을 극대화하는 등 기존 아파트와의 차별화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파트 수요가 중소형 위주에서 40평형대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로 급격히 옮겨감에 따라 평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건설 구자헌 주택설계팀장은 “중소형 평형은 면적의 한계 때문에 사실상 큰 폭의 신평면 개발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향후 아파트 평면경쟁은 40평형대 이상의 중대형평형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평면 개발에 사활 건 업계=포스코건설은 최근 무량판(無梁版ㆍFlat slab) 구조시스템을 적용한‘기둥식 판상형 아파트 평면’을 선보였다. 기둥과 벽으로 아파트의 하중을 견디는 기존 아파트와 달리 하중이 기둥으로 전달되는 구조다. 이 회사 건축기획설계팀 박종진 과장은 “기둥식 판상형 아파트 평면을 적용할 경우 거주자 특성이나 가족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평면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0년부터 설계사무소를 비롯한 설계전문가를 대상으로 아파트 신평면 현상공모를 실시, 자사의 평면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248건의 신평면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마쳤으며 최근‘메뉴-하우징’이란 맞춤형 평면을 개발, 조만간 적용할 방침이다. 메뉴-하우징은 단일 평형에서도 다양한 평면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계획된 평면으로, 아파트 계약시 상담을 통해 각 구성원들에게 맞도록 침실ㆍ거실ㆍ주방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조망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거실의 위치도 변화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중앙부에 위치해 전면만 외부와 연결돼 있던 거실을 측면에 배치해 채광성과 조망성ㆍ통풍성을 극대화한 ‘오픈 거실’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은 주방 역시 전면에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아파트 평면 변화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일조권과 조망권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전면폭의 확대. 전면 폭이 넓어지면서 3ㆍ4베이(Bay)가 일반화됐으며 최근에는 5베이 설계까지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이 최근 공급한 주상복합 목동 트라팰리스와 대구 대곡래미안아파트에서 4ㆍ5베이 구조를 선보이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LDK(Living-Dining-Kitchen) 구조도 최근 확산되고 있는 평면이다. 주방과 거실을 나란히 배치纛막館?개방감과 일조량을 극대화한 구조로, 포스코건설은 지난 서울지역 4차동시분양을 통해 공급한 상도동 아파트에 LDK설계를 도입했다. 두산산업개발 역시 지난 4월 공급했던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3차분양에서 LDK설계를 적용, 눈길을 모았다. 수납공간의 확대도 두드러진다. GS건설이 지난해 부산에서 분양한 사직 자이 아파트는 7개의 대형 수납공간을 제공해 화제가 됐었다. 삼성물산건설부문 김왕열 마케팅팀장은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평면은 아파트의 상품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며“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신평면 개발은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이정배차장·구동본기자·정두환기자·문병도기자·이연선기자·이혜진기자 ljb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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