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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악성댓글, 공은 다시 포털에 넘어갔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댓글을 쓸 때 주민번호를 입력해야 했던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가 사라지게 됐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 등 악성댓글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된 것이 5년 만에 없어지는 셈이다.

헌재는 위헌결정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둘째, 본인확인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별로 효과가 없었다. 셋째, 국내 인터넷 사업자가 역차별을 받았다. 넷째,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가 수집돼 정보유출 피해를 확산시켰다.

본인확인제는 기본적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미약했다. 표현의 자유 문제뿐 아니라 해외 사례를 봐도 인터넷 실명제 같은 제도를 채택한 국가가 없다. 헌재 재판관 8명 전원이 위헌판정에 동의한 것이 바로 이런 배경일 것이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이번 위헌결정을 인터넷상에서의 악성댓글을 무한정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법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헌법정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판정한 것일 뿐이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우선은 인터넷 공간에서 남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네티즌들이 분명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적 책임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등 법적 처벌 강도를 지금보다 크게 높여야 한다. 악성댓글을 쓴 사람을 찾아낼 수 있도록 인터넷주소(IP) 등 추적 시스템을 대폭 보강할 필요도 있다.

악성댓글의 마당을 제공하는 포털의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그동안 줄기차게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외쳐온 만큼 앞으로 악성댓글로 인한 파문이 커지면 손가락질이 다시 포털을 향하게 될 것이다. 본인확인제 없이도 악성댓글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포털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모니터링 강화, 자정 시스템 구축 등 자체 관리강화에 나서야 한다. 한 포털에서 "실명확인 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유롭게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만큼 새로운 인터넷 댓글문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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