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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빌딩 가운데 하나인 이마빌딩의 공실률은 3% 정도다. 이는 광화문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1·4분기 공실률 16%(세빌스코리아 집계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멋진 디자인과 시설을 갖춘 새 건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광화문에서 준공된 지 30년이 넘는 이마빌딩이 세월을 비껴가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밀은 섬세한 빌딩 관리에 있다. 건물주인 이마산업은 지난달 3억원을 들여 각 층에 있는 남녀 화장실의 위치를 바꿨다. 이마빌딩이 큰돈을 들여 화장실 위치를 바꾼 것은 아침마다 화장실이 부족해 고통을 겪는 입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최경섭 이마산업 임대업무팀 팀장은 "전체 입주민들의 약 70%가 남자 직원인데 남자 화장실 변기가 각 층에 두 개밖에 없어 남자 직원들이 매일 아침마다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겼었다"며 "상대적으로 여자 화장실의 경우 남자 화장실에 비해 여유가 있어 남녀 화장실의 위치를 바꾸고 남자 화장실의 변기를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마빌딩은 애초에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로 지어졌으나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입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격년에 한 번씩 순차적으로 각 층의 창문을 좌우나 아래위로 열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
로비 역시 3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2004년 한국계 미국인 작가 데이비드 염에 의뢰해 '이미지 월'을 설치하는 등 세련되게 바꿨기 때문이다.
지하 아케이드 식당가에서도 꼼꼼한 빌딩 관리를 엿볼 수 있다. 이마빌딩 식당가에는 같은 종류의 음식을 파는 식당이 없다. 이는 건물주가 입주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경쟁관계에 있는 식당은 유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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