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에서도 독일과 일본의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또 유럽 우량기업 회사채도 유례없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발표에 따른 금리 하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유럽의 '일본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일(현지시간) 0.344%로 0.361%를 기록한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사상 처음으로 밑돌았다. 독일의 20년·30년 만기 장기국채 수익률은 이미 일본 국채보다 낮아진 상태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역전을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한 은행의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충격적 소식"이라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독일 국채 수익률 하락세는 지난달 ECB의 양적완화 발표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20여년째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징조로 여겨지고 있다. 악사투자자문의 막심 알리미는 "일본의 현 상황은 디플레이션에 한번 빠지면 얼마나 헤어나오기 어려운지 보여준다"며 "이제 '일본화'의 공포는 간단히 넘길 위협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유럽의 우량기업 회사채 수익률도 떨어졌다. FT는 유럽의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가 발행한 4년 만기 유로화 표시 회사채 수익률이 -0.008%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회사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럴 경우 투자자들이 채권을 보유하려면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위스 글로벌 제약회사 로슈가 발행한 회사채도 수익률이 0.09%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FT는 ECB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조달금리가 하락하면서 투자처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티보 콜레 UBS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보유현금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며 "지금은 경제가 성장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필립 브라운 씨티그룹 국채시장 책임자는 "양적완화의 충격이 ECB에서 매입할 국채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ECB에 국채를 매도한 후 찾게 될 다른 자산들에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sed.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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