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 박애주의만이 국가와 자본이 채우지 못하는 사막을 적실 수 있다."
정치와 자본을 이야기하던 프랑스 사회학자 기 소르망(사진) 파리정치학교 교수가 이번에는 민간의 기부문화를 화두로 내던졌다. 정치(권력)와 자본(기업)이 채울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사막을 채워줄 제3의 축은 후한 인심, 즉 '기부'뿐이라는 것이다.
소르망 교수는 2일 서울 중구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사회든 국가와 자본이 해줄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며 "국가와 기업이 아닌 민간의 기부는 동기가 어떤 것이든 사회적 보호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소르망 교수는 미국의 기부문화를 이해하려고 1년간 미국을 여행한 뒤 지난해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을 펴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후한 인심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말하고 싶었다"는 그는 "미국은 하나의 예시일 뿐 다른 나라, 특히 그동안 급속한 성장을 거둔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화두"라고 강조했다. 무엇인가를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한국에서는 이제 '왜 기부를 해야 하는지'라는 기부의 사회적 기능과 의미로 논의를 확대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기부문화는 다른 기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 소르망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개인 기부보다는 절이나 교회 등 한정된 기관을 통한 기금 전달이 대부분인데다 액수도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급속한 성장의 부작용으로 기본 복지가 취약하다는 점도 민간 기부가 확대돼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노동시장의 불평등, 가난의 대물림, 실업문제 등 오래 전부터 지적해온 한국 사회의 문제들이 여전하고 이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국가와 기업만으로 부족한 사회연대를 제3의 축인 민간이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안전망에 대한 갈등, 고민이 상존하는 지금이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공공정신'의 의미를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라며 "나눔 실천, 박애적 기부활동이 미래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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