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와 감자튀김. 어느 게 더 이윤이 클까. 후자다. 프렌치프라이 소비자 가격에서 감자 재배농의 몫은 2% 안쪽이다. 그렇다면 패스트푸드점과 감자 공급업체 중 누가 더 많은 돈을 벌까. 역시 후자다. 맥도널드를 세운 레이 크록은 백만장자로 죽었지만 냉동감자를 공급한 심플롯(J R Simplot)은 억만장자로 살고 있다. 1909년 1월4일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난 심플롯의 소년기는 ‘문제아’. 부친의 권위주의에 맞서 열네살 때 집을 나왔다. 학업도 접었다. 농장에서 날품을 팔던 그가 최초로 거둔 수익은 어음할인. 급여를 어음으로 받는 교사들에게 액면가 1달러짜리 어음을 50센트에 사들여 지역은행에 90센트를 받고 넘겼다. 종잣돈으로 그는 마리당 1달러씩 돼지새끼 600마리를 샀다. 사막에 울타리를 치고 들소와 야생마를 사냥해 가죽은 2달러에 팔고 고기는 삶아 겨우내 돼지들에게 먹였다. 다음해 봄 돼지는 12달러50센트씩에 팔렸다. 목돈을 쥔 열여섯의 심플롯은 감자농장과 영농 기계화에 투자해 10년 만에 33개의 창고를 보유한 서부 최대의 감자농으로 떠올랐다. 운도 좋았다. 곡물가공공장을 세운 지 두달 만에 미국의 2차대전 참전으로 감자와 양파의 대량 군납길이 열렸다. 억만금을 안긴 것은 프렌치프라이. 1965년 맥도널드 체인에 냉동감자를 공급하면서부터다. 감자를 일일이 깎았던 맥도널드는 일손을 덜 수 있는 냉동감자를 반겼다. ‘감자왕’ 심플롯은 1980년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사까지 설립, 부를 늘렸다. 심플롯의 성공 스토리는 고품질 원자재, 부품ㆍ소재의 위력을 말해준다. 무역수지 흑자의 대부분을 일본산 부품ㆍ소재 수입에 지출하는 처지에서 심플롯의 사업구조가 부럽다. 98세의 심플롯은 세계 최고령 갑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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