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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유럽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의 브릭스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유럽 정상들도 앞다퉈 브릭스에 손을 벌려 글로벌 위기 이후 달라진 국제역학관계의 변화를 실감하게 만들고 있다. AFP와 로이터통신 등은 14일 브릭스 국가들이 채무위기를 겪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밝혔다. 만테가 장관은 "오는 2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브릭스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이 유로존 위기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유럽이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브릭스가 무엇을 도울지에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만테가 장관은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국영 통신 아젠시아 브라질은 브릭스 국가들이 보유 외환을 이용해 유로화 채권을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도 브라질 정부 관리를 인용해 "브릭스 5개국이 유로 위기국 채권 매입을 확대하는 방안 협의가 초기 단계에 있다"며 "워싱턴 회동에서 유로 위기 문제가 더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회동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브릭스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외환보유고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다. 브라질과 인도도 각각 3,500억 달러, 3,2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유로 단일통화권을 지원하는데 충분한 규모"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브릭스는 유럽의 수출과 고용유지 면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수출의 절반을 이미 브릭스 국가가 차지하고 있다"며 "영국도 긴축재정으로 구매력을 잃은 유럽에서 브릭스 국가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증권의 통화 전략가인 플래비아 카탄 나슬로스키도 "브라질은 방대한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 탈피를 돕는데 브라질이 꼭 필요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브릭스의 'B'는 브라질의 앞머리를 딴 것"이라며 "이제 브라질이 국제사회에서 저력을 발휘할 때"라고 덧붙였다. 유럽국가들의 남은 희망은 브릭스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브릭스 국가들의 움직임에도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토니 볼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들(브릭스)의 모임 결과는 긍정적이긴 하겠지만 중국을 제외한 브릭스 국가로부터의 도움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입장에서도 유럽 지원에 수반되는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투자 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면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서다. 또 중국이 당장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통해 유로존 내 자금을 공급한다고 해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적자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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