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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무원연금 개혁 민간에 맡겨라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3 회계연도 국가 결산'에 따르면 국가부채 1,117조3,000억원 중 53.4%인 596조3,000억원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로 집계됐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적자에 2조원, 군인연금적자에 1조3,000억원, 총3조3,000억원이 세금으로 보전됐다.

현 정부 5년간 22조원의 세금이 연금적자 보전에 쓰일 예정이다. 연금지급액 중 적자보전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충당부채의 50%인 298조는 세금으로 보전될 것이다. 국민 1인당 593만원, 4인 가족이 2,372만원의 빚을 더 지는 셈이다. 도대체 공무원이 연금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받기에 나라가 이들의 연금적자 보전을 위해 빚을 내고 납세자들이 그 빚을 갚아야 하나.

여교사 B씨는 62세 정년퇴직 후 매달 연금을 300만원 탄다. 건강관리를 잘해 기대수명이 평균(여, 84세)보다 긴 B씨(92세)는 월 300만원씩 30년, 총 10억8,000만원(현재가치)을 연금으로 받는다. 자신이 낸 기여금의 3배요, 수령액 중 약 7억2,000만원은 국민세금이다.

이분처럼 대다수 공무원들은 수십년간 안정적인 직장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재산도 형성한다. 퇴직 뒤엔 또래의 평균 한 달 생활비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아 저축도 한다. 연금재정이 적자가 되면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준다. 단 한 번 과거급제로 풍요와 안정을 평생 누린다. 반면 과거에 낙방한 나머지는 구멍 난 연금적자를 메워 퇴직공무원들의 안정적 노후를 보장하려고 세금을 더 낸다.

지난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이 있었지만 적자보전액과 충당부채는 급격히 늘고 있다. 2014년 현재 공무원연금 수급자 36만명과 재직공무원 107만명의 약 70%가량은 연금액이 전혀 줄지 않았다.

공무원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속도도 일반 국민보다 더 빠르다. 1960년 공무원연금 설계 당시보다 기대수명이 이미 크게 늘어났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봉급도 현실화됐다. 처음 공무원연금제도를 설계할 때 이런 변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나라 빚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데다 공기업 부채나 공무원연금 부채를 메우는 데 국민 세금을 써야 하니 납세자들은 시쳇말로 허리가 휜다.

공무원이 되면 조선 시대 '양반'이 되는 것이고 못 되면 '쌍놈'으로 남는 것이다. '양반 고시' 합격을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도 감수한다. 어떤 부모가 자식이 '쌍놈'으로 남기를 원할까.



헌법11조는 "누구든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과 일반 국민을 부당하게 차별한다. 현대판 신분제도, 합법적 약탈, 사회 불평등의 핵심이다. 공무원연금개혁은 따라서 현대판 신분제도를 깨는 근본적인 개혁이다.

공무원연금개혁이 성공하려면 우선 민간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거국적 공무원연금개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둘째 연금부채 중 세금보전예상액, 직급별 수령액, 연금수급자의 재산과 소득 등 연금 관련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정보만 제대로 공개돼도 절반은 해결된다.

셋째 공직사회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약점을 활용, 온갖 수단으로 연금개혁에 맞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개혁의지가 있다면 단호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은 미국의 노예제 폐지와도 견줄 만하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 성공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개혁을 제대로 이뤄낸다면 링컨대통령처럼 위대한 대통령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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