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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장경제 강화가 재벌 개혁이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재벌 개혁이 주요 정치ㆍ경제 화두이다. 여당도 야당도 모두 경제 민주화를 공약하면서 재벌 개혁을 경제 민주화의 주요 실천과제로 꼽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 개혁이 일회성 정치 이벤트에 그치고 실효성 있고 지속적인 정책으로 귀결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회의, 정치권의 재벌 개혁 논의가 반기업적 정서를 자극하는 반시장적이고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는 불만이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사회 양극화·청년실업 해법'은 착각

여야는 사회 양극화의 심화와 재벌의 지배권 상속ㆍ강화 과정에서의 불법ㆍ편법 행위 등을 재벌 개혁의 필요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에 반해 현 정부와 재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외 경제상황에서 재벌 개혁이 투자ㆍ고용 감소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벌 개혁 방법론도 백가쟁명 양상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 강화와 같은 공정거래법 개정 문제에서부터 일감 몰아주기 과세와 기업 간 주식보유 배당에 대한 이중과세와 같은 세법적 방안, 공시와 이사회 제도 강화와 같은 회사법적 처방, 그리고 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재벌 개혁이 당면한 경제ㆍ사회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를 조장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벌 개혁을 오히려 어렵게 하는 역작용을 낳을 수 있고, 재벌 개혁이 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은 시장경제와 주식회사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근원적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재벌 개혁에 대한 찬반 논의와 다양한 정책방안들의 일관성ㆍ적합성을 차분히 성찰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재벌 개혁은 시장경제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시장경제체제는 개인의 탐욕을 도덕적 교화나 중앙집권적 통제를 통해 해결할 수 없기에, 기업가의 탐욕을 가격과 품질 경쟁을 통해 높은 이윤을 창출하도록 유인함으로써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법ㆍ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법ㆍ제도로 사유재산권, 주식회사제도, 법치주의 등을 들 수 있으며 가격과 품질 경쟁 이외의 방법으로 탐욕을 실현하려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다.

지난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고도 경제성장이 관 주도, 재벌 중심으로 이뤄졌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 도상기의 정책과 관행이 오늘날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음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재벌은 지배주주가 있는 대기업집단 또는 그런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오늘날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은 법치주의와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때문에 배임ㆍ횡령을 일삼는 재벌들이 정상적인 사법처리로부터 면제되는 현실은 시장경제의 근본이 되는 법과 제도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사회 통한 경영감독에 주력해야

이런 초법적 지위를 누리는 재벌이 기업집단의 지배권을 상속ㆍ강화하기 위해 부당내부거래와 계열사 간 순환출자라는 편법, 지주회사제도 전환의 맹점을 이용하고 있음이 오늘날 재벌 개혁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재벌과 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회사법ㆍ조세법적 처방만으로 작금의 재벌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도 자명하다. 재벌의 역할이 기업집단의 지배와 직접경영에서 이사회를 통한 경영감독으로 전환되도록 유인하는 것이 시장경제체제를 강화하는 재벌 개혁의 요체다. 하지만 재벌 개혁을 통해 사회 양극화나 청년실업 문제와 같은 경제적ㆍ사회적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당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별도의 정책적 처방이 함께 추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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