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육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백병부(38)씨는 '학습부진 학생에 대한 수준별 하반 편성 및 특별보충수업의 교육적 효과'라는 학위 논문에서 한국교육개발원이 수집한 한국교육종단연구 자료에 포함된 중학생 6,172명의 성취도 검사 결과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29일 밝혔다.
이 논문에서는 중학교 2학년 때 성취도 검사 결과 하위 20%에 속했던 학습부진 학생(영어 1,375명, 수학 1,212명)의 성취도 향상 정도를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학습부진 학생을 수준별 하반에 편성하는 것이 인지적 성취도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준별 하반에 속한 학생은 수준별 수업을 하지 않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비교했을 때 학업 성취 향상도가 영어는 4점, 수학은 7점 정도 낮았다. 특히 수학은 상·중·하반에서 수업이 차별적으로 이뤄진 탓에 수준별 하반에 편성된 학생이 학습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이 1.5배 정도 높았다.
특별보충수업도 수준별 하반 편성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전성취도 등 모든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특별보충수업에 참가한 학생의 학업 성취 향상 정도를 미참가 학생과 비교하자 특별보충수업을 들은 학생이 영어는 약 12점, 수학은 약 10점 정도 낮았다. 특별보충수업에 참여할 때 학습부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은 벗어날 확률보다 1.8배 높아졌고 수학은 1.5배 높아졌다.
백씨는 "정책 시행 의도나 정책 효과에 대한 교육 당국의 공식 발표와 달리 수준별 수업, 특별보충수업은 학습부진아의 인지적 발달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이런 부작용을 검토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개개인을 고려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수준별 수업은 학습부진 학생이라는 낙인만 찍히게 할 뿐 학업 성취도를 높이지도 못하고 과목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만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과 광역시 소재 중·고등학교의 85.4%, 그 외 지역 중·고교의 76.2%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특별보충수업은 전국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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