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 대기업과 '값비싼 전쟁'
대선 후보들 포퓰리즘적 공격… 황금알 낳는 거위 위협하는 꼴애밋 와튼스쿨 교수 경고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표를 의식한 한국 대선후보들의 포퓰리즘적인 대기업 공격이 한국경제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위협하는 행위라는 경고가 해외 학계에서 제기됐다.
라파엘 애밋(사진)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1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에 기고한 칼럼에서 대선 정국을 맞이한 한국의 정치권이 대기업들과 '값비싼 전쟁(costly war)'을 치르고 있다며 "정치적인 동기에 의한 대기업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밋 교수는 "세 명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일자리 창출과 소득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대기업을 견제하며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같은 포퓰리즘적 움직임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화살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8대 대기업으로 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한국의 정치인과 유권자들은 한국경제의 특수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 발전을 이루고 현재 전세계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모두 대기업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대기업이 이끌어온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밋 교수는 이어 한국 대기업들이 종종 서구의 기업가들과 대비되고는 하지만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한국문화에서는 급진적인 혁신을 위해 자신의 돈과 경력을 거는 기업가 전통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애밋 교수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같은 젊은 기업가들이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한국의 이 같은 환경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풍부한 자본과 강한 조직력을 갖춘 대기업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기업이 벌어들인 수입은 수백만명의 종업원들에게 분배되고 그 돈은 소비를 통해 마을의 영세업자나 중소기업으로 흘러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성장 모델이 오래 지속되고 오늘날까지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애밋 교수는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일본의 게이레쓰(계열사)와 달리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어느 정도 분리돼 있는데다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상호출자제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 대기업이 불합리한 특혜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