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사모펀드가 최근들어 인수합병(M&A)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등장했고, 이들의 움직임이 기업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증시의 새로운 강자로 부각하고 있다. 여기에 차익실현을 위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증시의 피를 제공하는 '공급자'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올들어 KKR과 TPGㆍ서버러스 등 주요 사모 펀드들이 올들어 가장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M&A가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KKR은 TXU(438억달러)ㆍHCA(327억달러)ㆍ알리안스 부츠(205억달러) 등 굵직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지금까지 1,225억달러(약 113조3,000억원)의 거래실적을 올렸다. 이 금액은 한국은행이 지난 10년간 모은 외환보유액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다. 골드만삭스 사모펀드 부문도 올해 562억 달러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처럼 올들어 최근까지 사모펀드가 이끈 기업인수 규모는 2,780억 달러에 달한다. 1~3월 석 달 동안 사모펀드 전체가 1,662억 달러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불과 40여일만에 1,100억 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서버러스가 미국 자동차 '빅3'중 하나인 크라이슬러 인수에 나서고 블랙스톤 등도 무선전화 업체인 알텔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사모펀드의 질주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모펀드의 활발한 M&A는 기업과 관련 업계의 주가를 끌어올리며 최근 증시의 랠리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했다. 약국체인 알리안스부츠는 KKR에 인수되면서 700~800펜스였던 주가가 지금은 1,120펜스를 훌쩍 뛰어넘었고 이로 인해 제약관련 주가도 영국 증시에서 동반 상승했다. TXU주가도 50달러 초반에서 66달러까지 30% 가량 오른 것은 물론, 인수 발표가 난 직후에는 유틸리티는 물론, 에너지업계의 주가가 2% 이상의 강세를 보였다. 또 다임러크라이슬러도 크라이슬러 부문의 서버러스 인수설이 퍼지면서 주가가 40달러 대에서 60달러로 껑충 뛰었다. 펀드들이 차익실현의 한 방법으로 IPO에 적극 나서는 것도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들어 미국 증시에서 IPO를 실시한 69개 기업중 23개가 사모펀드 주도로 공개됐으며 이를 통해 약 66억 달러를 회수했다. 또 현재 대기중인 122개 기업 중에도 사모펀드에서 신청한 49개 기업이 포함돼 있다. 만약 이들이 모두 상장에 성공한다면 사모펀드는 92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 PWC의 스콧 게흐스만 게흐스만 파트너는 "IPO시장은 사모펀드에게 가치 실현의 좋은 창구"라고 말했다. 플로리다대의 제이 리터 금융학 교수는 "2005년과 2006년 사모펀드가 지원하는 IPO가 전체의 40~50%를 차지했다"며 "바이아웃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는 한 향후 몇 년간 IPO는 증가할 것이며 이는 주식시장이 하락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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