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첫 업무보고에서도 취임 후 계속돼온 형식파괴, 격식파괴 행보를 이어갔다. 10일 공무원 복무규정상 정상 출근시간인 오전9시보다 1시간30분 앞서 이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과천 정부청사를 직접 찾아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이 대통령이 재정부 청사를 찾은 시간은 오전7시20분께. 그러나 재정부 간부들은 이미 오전7시 이전부터 업무보고가 이뤄질 8층 국무회의실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대기했다. 국무회의실은 이 대통령의 지시로 바뀐 청와대 회의실과 같이 타원형 테이블의 넓은 면 중앙에 대통령석이, 맞은편 중앙에 강만수재정부 장관석이 각각 배치됐다. 과거 대통령이 회의장 전면 상석에 앉던 것과는 다른 모습. 이 대통령은 보고에 앞서 강 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대기실에서 최중경 제1차관, 배국환 제2차관 등과 악수를 했고 미리 와서 환담 중이던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과도 인사했다. “다들 식사하셨나”고 인사말을 건넨 이 대통령은 “커피나 한잔 주세요”라며 직접 커피를 따라 마셨다. 이 대통령은 이한구 의장과 김애실 의원 등에게 샌드위치를 건네주면서 “체면 차리지 말고 드세요. 나 때문에 아침 못 먹었다고 하지 말고”라고 농담을 던졌다. 회의 시작 후에도 이 대통령은 당초 예정됐던 2분의 모두발언을 약 15분에 걸쳐 하면서 공직 기강잡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른 아침 새 정부 첫 보고를 하게 된 것을 아주 뜻 있게 생각한다”면서 “너무 이른 아침이지만 긴장을 풀고 매우 자유롭고 솔직한 토론이 되고 그 가운데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보고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회의장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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