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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의 헬로 100세시대] 양심적 병·의원 울리는 생협 의료기관

설립 쉽고 검증 소홀에 369개 난립

대대적 실사로 불법 솎아내야

'무늬만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이 불법적인 의료기관 개설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30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운영 중인 생협 의료기관은 369개에 이른다. 폐업한 518개를 포함하면 887개 병·의원과 요양병원, 한의원·치과의원 등이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생협 의료기관은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설립한 의료기관. 의료생협은 생협법에 따라 조합원 300인, 출자금 3,000만원 이상을 확보해 시도지사에 신고→설립인가를 받으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9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총 진료인원의 50%까지 비조합원 진료를 허용하고 이익배당에서 조합원을 제외한 점, 생협 의료기관은 당기순이익의 9%만 세금으로 낸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설립요건이 까다롭지 않은데다 신고사항에 대한 지자체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가짜 조합원들로 구성된 무늬만 의료생협이 급증했다. 의사 면허를 빌려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던 비(非)의료인들이 합법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통로로 악용한 경우가 적지 않다.



A씨는 지난 2012년 300여명의 유령 조합원과 3,000여만원의 출자금으로 의료생협 인가를 받았다. 곧바로 생협 병원을 열었지만 2년 뒤 폐쇄됐다. 본인도 얼마 전 형사처벌을 받았다. 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회·지자체·건보공단 실사팀이 의료생협 창립총회에서 정관조차 만들지 않았고 조합원 상당수가 가짜며 출자금 대부분은 생협 이사장 A씨의 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병·의원과 한의원 등 4개 의료기관을 운영하다 적발된 불법 의료생협도 적발됐다.

이에 따라 '불법적인 생협 의료기관'을 하루빨리 솎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지부와 공정위도 생협법을 고쳐 의료생협 설립요건을 강화하고 내년에 대대적인 실사를 벌일 계획이다. 생협 의료기관이 가장 많이 설립된 지역은 영남으로 35%가 몰려 있다. 인구와 대형병원이 집중된 서울·경기는 26%로 상대적으로 적고 호남과 충청(각 15%)이 그 다음으로 많다. 착한 생협 의료기관이 늘어나 의료쇼핑·과잉진료 대신 적정진료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는데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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