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가는 아니지만 혹여 필자의 이름을 얼핏 들어봤다면 아마 국회의원 '류성걸'보다는 기획재정부 차관, 또는 예산실장이었던 사람 정도로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직은 '류 의원'이라는 호칭보다는 '류 차관'이라는 호칭을 더 많이 듣고 있다.
얼마 전에 필자가 몸담았던 행정부의 중간 간부가 물었다. "차관님! 아니 의원님! 국회에 입성하셨으니 행정부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실 생각입니까."
그는 사뭇 궁금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A부처의 장관이던 분이 B부처의 장관이 되면 A부처의 의견이 아니라 B부처의 의견을 주장한다. 그러면 행정부에 있던 내가 국회의원이 됐으니 마땅히 국회의원으로서 의견을 얘기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그러나 큰 틀에서는 평소 내가 말하던 원칙과 기준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내 말에 조금은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경제학을 공부하면 '부분 균형이론'과 '일반 균형이론'을 배우게 된다. 여러 개의 부문으로 이뤄져 있는 국민 경제 중에서 다른 부문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한 한 개의 부문만의 균형을 분석하는 방법을 '부분 균형'이론이라 한다. 반면, 국민 경제 전체의 모든 변수를 고려한 것을 '일반 균형'이론이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4ㆍ11 총선에서 느낀 것이 있다. 이제까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행정부 공무원으로서 소임을 다해왔던 것은 전체 중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이고 또 다른 넓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그것이 다름 아닌 정치의 영역이다.
이제 나는 정치인이 됐다. 정치인으로서 부분 균형이 아닌 일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을 도출하고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행정부의 각 부처가 자기 부처의 주장만을 고집하면 '부처이기주의' 된다. 이때 정치권이 나서서 더 넓은 시각으로 국민을 위해 이를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물론, 정치가 모든 것을 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혹자는 이 중 하나를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한다. 부처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을 넘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 대안이 무엇인지를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앞으로 그런 국회의원 '류성걸'로 기억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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