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이제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을 끝내야 할 때이고, 세월호 참사 직후 하나였던 우리 국민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정 의장은 “밤을 새워서라도 그 동안 미뤄왔던 일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동료의원 여러분, 오늘 제329회 국회 정기회가 시작됩니다. 시작은 늘 새로운 희망과 포부로 넘쳐야 합니다만, 오늘 우리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국가 혁신으로 승화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을 우리는 아직 받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세 번의 임시국회에서 국회는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습니다.
의장으로서 국민여러분에게 참으로 송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기국회마저 파행을 겪지 않을까 불안해하시는 국민들의 걱정을 어떻게 덜어드릴까 노심초사하면서 저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의원 여러분, 오늘 우리는 국회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없이 커지는 국회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어떻게 걷어내야 할 것인지 깊이 성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여기 계신 모든 의원님들이 함께 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세월호의 비극을 겪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목숨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애통함에 온 국민이 함께 울었습니다.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이 안전 후진국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 했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지기를 진심으로 학수고대했습니다. 안이함과 타성에 젖은 국가를 대혁신하길 원했습니다. 물질주의와 ‘빨리 빨리’에 젖은 우리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이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적인 대립이 격화되는 장면만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을 끝내야 할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하나였던 우리 국민들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야가 조금만 더 양보하고 타협하기 위해 노력하고, 유족들께서도 100% 만족을 줄 수 없는 정치의 한계를 조금만 더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주신다면 이 진통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의회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장입니다. 이것이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진상조사는 앞으로 모든 과정에 유족들이 참여하게 되고, 온 국민도 함께 지켜보실 것입니다. 유족들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통해 철저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국회의장인 저부터 철저한 진상 조사와 대안이 마련되는 과정을 지켜볼 것입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있다면 앞장 서 막아낼 것입니다. 이 세월호 비극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도록 하는데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 결코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막혀 있는데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자칫 우리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주변국들에게 우리의 운명이 휘둘리는 상황이 또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너무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이대로 주저앉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사회적 격차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은 길어지고 있는데, 이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구호와는 달리 매년 부패지수가 악화되어 이제 세계 40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정치가 살아나야 합니다. 정치가 비전을 제시하고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정치가 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변화에 끌려가거나 변화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치를 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국회가 이런 시대적 소명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를 비롯해 국익을 위해 막혀 있는 곳이 있다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경제의 활로에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민생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마중물도 부어야 합니다. 대립을 격화시키는 정치의 틀을 바꾸는 일도 해야 합니다. 사회 곳곳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 서야 합니다. 우리가 부여잡아야 할 과제는 결국 삶의 질이고 통합입니다.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국회가 멈추어 설 수는 없습니다. 정기국회 회기가 100일입니다. 이 100일은 결코 길지 않습니다. 하루가 촌각입니다. 이미 분리 국정감사가 무산되어 열흘을 까먹었습니다. 법안 소위조차 구성되지 않아 법안이 쌓여 있는 상임위가 여럿입니다. 금년부터 예산안 자동부의제가 실시됩니다.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면 이마저 지키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또 법을 어기고 해를 넘길 때가 되어서야 예산을 처리하는 관행을 금년에도 반복해서 되겠습니까? 하루라도 본 회의를 미룰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개원한지 66년입니다. 이제 여야 상호호혜의 불문율, 의원 상호간의 존중의 불문율이 생겨야 합니다. 상시국회와 요일제국회 운영으로 예측 가능한 국회를 확립해야 합니다. 하나의 사안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에만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다기능이 요구되는 이 복합적인 전환기에 한 가지 일만 해서는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이것이말로 이번 정기국회에 대한 국민의 명령입니다.
우리 팔을 걷어붙입시다. 거의 근접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합의를 반드시 이루어냅시다. 수재를 당한 국민들을 위한 조치를 미루지 맙시다. 민생과 국가 경제를 위해 달려듭시다. 잘못된 규제는 걷어냅시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부축합시다.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눈을 부릅뜹시다. 남북관계나 외교에서도 창조적 지혜를 발휘해 봅시다.
의원 여러분! 우리 국민들은 공직사회부터 깨끗이 하는 것이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국가 혁신의 첫 걸음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말은 무성했습니다. 이제는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부정청탁금지법, 즉 김영란법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국회의원 특권문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합니다. 저는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공직사회에 새 이정표를 세우고 새 바람을 일으키는 일을 19대 국회가 완수해냈다는 자긍심을 갖고 싶습니다. 이 일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성사되어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분수령이 되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여야 의원 여러분,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 즉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에서 오늘 조금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 같지만 훗날 큰일을 이루어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 타협의 정신으로 세월호 특별법 국면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일을 밤을 새워서라도 해내야 합니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를 마치는 날, 가장 걱정했던 정기국회가 오히려 가장 훌륭한 정기국회가 되었다는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합시다. 의원 한 분 한 분의 애국심과 경륜을 믿고 저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제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용기 잃지 마시고, 즐겁고 보람찬 추석명절 맞으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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