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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인식 통장과 인생의 종잣돈

유대인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두개의 기념일을 가장 중요하게 챙긴다. 결혼식이 그 하나고, 성인식이 또 다른 하나다. 유대인의 성인식은 우리나라와 달리 남자는 만 14세, 여자는 초경이 있는 즈음의 생일날에 치른다. 친지나 친구 등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큰 잔치를 연다. 초대받은 사람은 일종의 ‘축하금’을 들고 간다. 모아진 축하금은 적게는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가 된다고 한다. 성인식이 끝난 후 주인공은 ‘축하금 통장’을 직접 관리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 종잣돈으로 쓰인다. 사업 자금으로 쓸 수도 있고 내 집 마련, 또는 노후를 위한 토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결국 10대 중반부터 돈을 관리하고 자산 운용을 경험하면서 건강한 부자가 될 수 있는 기초를 다진 셈이다. 어릴때부터 돈 아끼는 습관을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한 후에 내 돈을 만져보게 된다.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불려나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월세나 전세 보증금을 대출받기에 급급하다. 자녀교육비에 번 돈을 모두 쏟아붓다가 준비 없는 노후를 맞게 된다.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기고도 부모의 품을 떠나는 못하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거나, 노년층 빈곤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유대인의 성인식제도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성인식제도 하나만 도입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제도와 관습이 사상과 철학을 만들고, 역사를 이끌 듯 건강한 부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관습을 사회적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우선 ‘돈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개념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한쪽에서는 어렵게 공부하면서 돈의 소중함과 무서움을 깨닫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매달 수 십만원, 수 백만원의 과외를 받으면서도 ‘별 거 아니다’라고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많다. 일찍부터 돈을 아끼고 관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10대 때부터 목돈을 갖고 관리하고 운용하면서 배우는 것들은 합리적인 시민으로 자라나는 밑거름이 된다. 우리 국민들은 잘살고 싶은 열망과 기대 수준이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크고 높다. 그러나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는 기본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기부가 아니라, 고용 창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또 고령사회로 빠르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신ㆍ구세대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고령화ㆍ저출산으로 자식들이 노부모를 모셨던 전통이 사라지는 중이다. 기존 세대들은 노년을 걱정하면서 ‘자식이 최대의 도적’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건네고 있고, 신세대들은 노인 문제를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모가 뭔가는 물려주겠지’라는 기대감을 완전히 버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돈’에 대한 합리적인 관습과 제도가 생겨나고 정착된다면 세대간의 갈등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함께 고민하는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경제·금융 교육상품 나와야 우선 아이들이 종잣돈을 장기간에 걸쳐 운용하면서 배울 수 있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필요하다. 비슷한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돈의 소중함과 무서움을 동시에 일깨워주기에는 부족하다. 경제ㆍ금융 교육을 더한 상품이어야 한다. 또 종잣돈을 보태준 분들의 이름과 메시지, 종잣돈이 생겨난 원천과 의미를 새길 수 있고, 자금 운용의 수익과 손실 발생,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정부가 가정 상황과 형편에 따라 차등화된 세율과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통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성인식 통장’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돈에 대한 생각과 행동ㆍ습관ㆍ철학ㆍ사상을 올바르게 정립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21세기 한국사회가 ‘선비 자본주의’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고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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