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재건에 두 팔을 걷어붙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법인세율 인하와 함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확대를 추진하는 내용의 '그랜드바겐'을 제안했다. 집권 2기 최우선 의제였던 경제살리기 정책에 새롭게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연방의회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정부부채 삭감 등 산적한 현안의 돌파구를 뚫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30일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방문, 연설을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짐을 덜어주는 대신 '일시적 증세(one-time revenue)'로 고용창출을 위한 투자금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백악관 관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감세와 투자 확대방안을 동시에 내놓은 것은 법인세 감면을 외치는 공화당과 정부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지지를 모두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라고 전했다.
그랜드바겐의 핵심은 현행 최대 35%에 이르는 법인세율을 28%까지 내리며 제조업체에는 25%까지 세부담을 낮춰주는 것이다. 대신 세제상 우대조치는 철폐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세금을 징수하는 방안이 추가로 고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 회사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미국 기업이 해외에 묻어둔 현금이 8,400억달러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WSJ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등을 대가로 기업들에 한시적 세금을 부과하며 이에 더해 세제개편으로 발생한 세수를 인프라 및 일자리 만들기 프로그램에 투자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징수방법 및 세수규모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월 의회 국정연설 당시 약 500억달러를 들여 공공 인프라를 보수하고 직업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실업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이후 법인세ㆍ소득세 등 세제개혁은 물론 2014회계연도 예산안 및 부채한도 증액 등 핵심 현안들과 관련해 공화당과의 무한대치 상태가 이어지면서 정치적 난맥상이 심화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감세와 정부지출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미국 중산층이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도 오바마를 적극적 행동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올 들어 18% 이상 뛰며 돈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5월 기준 미국 연평균 가구소득의 중간값은 5만1,500달러로 여전히 2009년 6월보다 5% 낮은 수준이다.
댄 파이퍼 백악관 선임고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테네시 연설은 의회를 향해 법인세 개혁과 중산층 노동자를 위한 정부투자를 병행함으로써 중산층 재건을 꾀하자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마련한 타개책을 의회가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WSJ는 "공화당 내 상당수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새롭게 확보될 세수는 법인세 인하로 발생하는 세수부족분을 메우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백악관 측이 이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만큼 공화당이 고집을 부릴 경우 오바마는 협상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모두 만족시켜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뜻과는 반대로 양당 모두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정부 지출 확대에 부정적인데다 민주당은 감세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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