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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국가 R&D제도 개선해야
입력2008-01-31 17:42:39
수정
2008.01.31 17:42:39
지난 1990년 6월 모토로라는 ‘지구 어디서든 통화가 가능하다’는 비전아래 이리듐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66개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태평양 위의 여객선 승객과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사업이었다. 약 47억달러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모토로라가 주도하고 세계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SK텔레콤도 3.5%의 지분을 투자했다.
엄청난 투자비와 연구개발(R&D)을 거쳐 구축된 이리듐 위성 전화망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업적으로 실패했다. 이 사업을 위해 설립됐던 이리듐 LLC 회사는 서비스 개시 후 2년여 만에 파산했다. 지상망을 이용한 무선통신이 싼 가격에 급속도로 보급됐고 이리듐 전화는 실내에서는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약점 때문에 사용자들은 값비싼 위성전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리듐 위성통신사업 이외에도 화상전화, 타블렛 PC, 웹밴, 알파 칩 등 엄청난 규모의 기술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기술들이 많다.
이 기술들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시장성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공급자 중심의 사업 마인드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패의 교훈은 국가 R&D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그간 국가 R&D 예산이 꾸준히 증가해 2007년에는 약 10조원에 이르렀지만 대학·연구소와 공동기술개발 경험이 없거나 기술지원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전체의 70%이상이라고 한다. 또한 2006년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특허 이전율은 3.6%에 불과하다. 국가 R&D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개발된 기술을 적용해 기업으로 하여금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봤을 때 그간 추진돼왔던 참여정부의 R&D정책은 이러한 측면에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 R&D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지극히 단순하다. 바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특히 산업기술 R&D는 기초기술에 비해 시장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과의 연계를 고려한 정책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 중에서 산업기술 R&D정책을 한 곳으로 집중시킨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업계의 당면한 현황과 애로사항, 최근의 기업 경영전략, 소비자 니즈(needs) 등의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하고 이를 분석·파악해 기술개발에 가장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산업기술 R&D를 통해 시장에서 통할만한 제품을 내놓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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