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분단 현실 등을 감안해 실행에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서방의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고 병영문화 혁신의 당위성도 절실하지만 안보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장 병력감축이 없는 모병제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63만명이 넘는 대병력을 경찰·소방관에 버금가는 급여를 주면서 유지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해낼 수 없다.
감군하더라도 돈이 들어간다. 2022년까지 육군 병력을 11만명 줄이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국방 기본계획조차 국방비가 연평균 7.2%씩 증액된다는 전제에서 수립된 것이다. 모병제 전환의 적정선이라는 30만명으로 감축하려면 7조~10조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권 8.8%, 이명박 정권 5.3%, 박근혜 정부 3.8%(연평균) 등 갈수록 국방예산 증가율이 떨어지는 마당에 어디에서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모병제로 병력이 줄어들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대량의 북한난민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렵다. 사회적으로 계층적 위화감이 보다 심각해질 수도 있다. 사명감에 불타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군인 봉급이 아쉬운 자원 입대로 구성되는 모병제 군대의 질이 징병된 병사들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주로 입대할 때 야기될 사회문제를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까.
출산율 감소로 병역자원이 줄어들기에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도 맞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청년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자위대 충원이 어려워지면서 징병제 부활 논의가 한창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모병제 논의가 '표풀리즘'과 결합할 가능성이다. 병영문화혁신대책이 이번에도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2017년 대선에서 후보마다 표를 얻으려 모병제 공약을 들고 나올 게 뻔하다. 우리 사회가 3년 뒤에 다가올 후유증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모병제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기보다 차근차근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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