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남는게 GM에도 이로워… 유럽차 재고떨이 ·신차 판매 효과에
자동차 실제 판매 상황 착시 발생… 한국 근무 6년만에 위기감 가장 커
내년 2월 임기지만 더 있고 싶어… 박근혜 대통령과 투자 얘기 깊은 인상
세르지오 호샤(사진) 한국GM 사장은 한국에서 근무한 지 벌써 6년 차다. 제품 기획 부사장으로 2년 반을 근무했고 사장으로 3년 반째 일하고 있다. 임기는 올해 2월 이미 끝났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내년 2월까지 1년 더 연장됐다. 호샤 사장은 "지난 6년여간 한국 자동차 시장을 봐오면서 지금처럼 위기감이 고조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고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위축된 소비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브라질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브라질 사람들이 그렇듯 그도 축구를 좋아하며 진취적이고 긍정적이다. 인터뷰 도중 수시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따봉"을 외치는 등 웃음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 얘기만 나오면 디테일한 수치를 제시하면서 힘겨운 상황을 연거푸 호소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이 매우 어렵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뛰겠다고 강조하는 모습에서는 절박함마저 묻어났다.
호샤 사장은 "쉽지는 않지만 10% 점유율을 다시 한번 정복하고 싶다"며 "메르스 때문에 힘들겠지만 신차 출시로 분위기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국GM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8.9%다. 지난 2012년(9.1%)과 2013년(9.2%) 모두 9%를 넘어섰고 지난해는 9.8%였다. 올해 들어서는 뒷걸음질친 셈이다.
그는 "하반기에 인기 차종인 경차 '스파크'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랙스' 디젤, 대형세단 '알페온'의 후속 모델인 '임팔라'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 시장 점유율은 다시 상승할 것"이라며 "이중 '트랙스' 디젤은 동급 어떤 차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약하지 않은 차"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국GM의 생산물량 해외이전은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국GM의 부인에도 GM의 철수나 감산에 대한 걱정이 많다는 질문에 호샤 사장은 "외신에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한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인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분이 비약돼 보도되면서 생긴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호샤 사장의 설명은 이렇다.
"한국GM은 기존의 '스파크'를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멕시코와 칠레에 수출해왔습니다. 하지만 신형 '스파크'와 오펠의 '칼'을 동시에 만들려다 보니 생산 설비가 부족하게 된 것이죠. 하는 수 없이 지난해 10월 기존 '스파크'의 멕시코와 칠레 수출 물량을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겁니다. 인도 공장의 생산설비는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데 멕시코와 칠레는 왼쪽에 있어요. 이런 부분을 조정하기 위해 앞당겨 생산 물량을 인도공장으로 옮긴 게 부풀려진 것이죠."
한국 시장에 투자를 계속한다는 의지도 재차 드러냈다. GM이 한국 시장에 남는 게 GM에도 좋고 우리나라에도 좋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공장은 세계 40개국에 수출할 '신형 스파크'를 만드는 중요 생산 기지"라며 "최근 군산공장에서 차세대 준중형 세단 '크루즈'를 생산하기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같은 줄기에서 "GM은 '먹튀 기업'이 아니라 음식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GM은 국내에서 과실을 따먹고 해외로 도망가는 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음식을 요리해 한국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매년 1조원에 가까운 자본·설비 투자를 진행해 현재 국내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년 세금과 고용 효과도 크다는 게 호샤 사장의 말이다. 영업적자를 냈던 지난해는 법인세가 31억원밖에 안 됐지만 2013년에는 무려 6,886억원을 납부했다. 또 1만7,000명의 임직원과 전국 300개 대리점의 영업사원, 364개의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고용효과는 더 크다. GM이 우리나라 협력사에서 구매하는 부품만 해도 매년 50억달러(약 5조원) 수준이다.
호샤 사장은 "과거 무너져가던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2002년 80개였던 수출 국가가 지금은 140여국으로 늘었다"며 "생산 규모 역시 38만2,000대에서 170만대로, 고용직원은 2배 가까이 늘었는데 GM이 옛 대우자동차를 이만큼 키운 것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좋은 부분이 더 많다. 그는 우리나라에 대해 "아름다운 나라, 사랑스러운 사람들(beautiful country, lovely people)"이라고 했다.
호샤 사장은 2006년 한국GM에 제품기획 및 프로그램 관리 부사장으로 처음 왔다. 2012년 3월부터 한국GM 사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와서 만난 사람 중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난해 1월 호샤 사장은 청와대의 외국인 투자기업 오찬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청와대 초청을 받아 박 대통령을 만났고 한국GM의 투자 계획, 한국 시장에 남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설명했다"며 "박 대통령이 우리 얘기를 잘 들어주셨고 GM에 대해서도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한국과의 인연이 끝나가는 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더 있고 싶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호샤 사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2월이고 최근 제임스 김이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사장에 임명됐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사람들이 본인뿐만 아니라 아내와 두 딸을 따뜻하게 받아준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그 마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일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인연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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