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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 외교… AIIB·사드 딜레마] 슈퍼파워에 낀 한국… 강요된 선택 보다 G2 설득 논리 필요하다

결정 미룰수록 상황 악화… 마찰 최소화 해법 필요

균형패러다임 벗어나 국익 중심으로 치고 나가야


한국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양대 슈퍼파워(G2)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놓고 G2가 대립하는 틈새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맹방'으로 꼽히는 영국이 주요7개국(G7) 국가로는 처음으로 AIIB 참여를 발표하고 주한미군이 이미 사드 배치 후보지 조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확실히 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사드와 AIIB를 놓고 한국 외교가 기로에 선 형국이다.

사드 배치와 AIIB 가입은 각각 군사주권과 경제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결정해야 하지만 G2라는 슈퍼파워와의 외교관계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사드와 관련해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이른바 '3NO' 입장을 보이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AIIB 가입에 대해서도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결정을 유보한다거나 모호한 입장을 보임으로써 미국이나 중국과 마찰을 빚지 않고 넘어가겠지만 언젠가는 결정을 내릴 문제라면 가능한 한 빨리 입장을 정해 양국을 설득할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가 이익 차원에서 보면 빨리 해결할 것은 해결해야 한다"면서 "사드는 부지 조사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중국에 감추려 하면 입장이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균형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리 이익을 중심으로 치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드의 경우 북핵 위협에 대비하는 차원인 만큼 중국 측에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드 배치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급속도로 밀착시키며 한반도에서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의 대결구도가 형성돼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반도 안보와 중국과의 관계를 잘 고려해 정부가 사드와 관련한 외교적 합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드를 배치할 경우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악화돼 가뜩이나 안 좋은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한중관계도 훼손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IB 가입은 한국으로서는 아시아 지역 인프라 개발 참여에 따른 우리 건설업체의 이익 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대(對)아시아 외교를 위해서는 AIIB 가입이 필요하며 미국과 우리의 입장이 다르다는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도 어느 정도 이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이르면 이달 내에 가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은 기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로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자금지원이 충분하며 AIIB에 중국 지분이 지나치게 높고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IIB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다른 우방들에도 AIIB에 합류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전 세계 21개국이 AIIB 가입을 위한 MOU를 체결한 데 이어 뉴질랜드를 포함한 6개국이 추가로 MOU를 맺는 등 가입국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영국마저 AIIB 가입을 공식화할 경우 한국·호주 등 다른 아시아 우방국들의 가입을 손놓고 바라볼지, 아니면 글로벌 금융패권의 주도권 상실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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