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평가 역량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기술보증기금이 대한민국을 ‘기술강국’화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 기술금융 선도기관으로 발돋움하겠습니다.” 한이헌(62ㆍ사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박사급을 중심으로 기술평가 인력을 크게 늘리는 한편 현재 총 보증잔액의 25% 수준인 기술평가보증의 비중을 오는 2009년까지 60%로 늘려갈 것”이라며 “특히 기술수준이 높은 중소ㆍ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전담팀을 만들어 맞춤형 보증지원, 경영 컨설팅 등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하는 ‘성공보장’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던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의 구원투수로 나서 1년여 만에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한 이사장은 “기보가 다양한 혁신기술과 기업을 발굴, 이들을 향후 50년 안에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워내는 요람이자 산실 기능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보가 세계적 기술평가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고 계신다지요 ▦그렇습니다. 박사급을 중심으로 기술평가 인력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기술평가에 따르는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 적극적 자세로 혁신기술과 기업을 적극 발굴해나갈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평가서 경진대회 개최는 물론 네트워킹 확대 등 내부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런 기반이 갖춰지면 기보가 신용평가 분야의 무디스 같은 세계적 기술평가회사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기술혁신 기업의 산실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지. ▦기보가 보증해준 업체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성공지원형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려 합니다. 우선 기보 기술평가에서 A등급 이상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는 전담부서(가칭 ‘성공지원팀’)에서 추가 자금지원부터 경영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를 해줘 ‘성공을 보증’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기업에 대한 토털 서비스 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이지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1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사장에 취임한 지 1년이 넘었는데요. ▦가장 손에 잡히는 변화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지부진했던 신용보증기금과의 ‘역할분담 협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기술보증 전담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재확립했다는 점입니다. 임직원들이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술금융 선도기관이 되자’는 비전을 공유하게 됐다는 것이지요. -그동안 우려의 대상이었던 기보의 유동성 현황은. ▦정부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지난 7월 말까지 각각 6,000억원, 1,387억원의 출연금을 받았고 1,930억원의 구상채권을 회수했습니다. 사고율이 낮아진 것도 유동성 보강에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 말 514억원에 불과하던 유동성이 7월 말 현재 5,669억원으로 증가했지요. 확보된 유동성은 보증수요가 증가한 기술혁신 기업 지원에 쓸 겁니다. 올 하반기 이들 기업에 당초 계획보다 5,000억원 늘어난 2조5,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기보의 중장기 기금운용 계획은 무엇입니까. ▦늘어나는 기술보증 수요를 고려해 11조~12조원 수준의 보증잔액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기술혁신 기업을 중점 지원해 재원 배분을 효율화하고 국가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총 보증잔액에서 기술혁신 기업에 대한 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말 59.6%(6조8,570억원)에서 올해 말 65.0%(7조4,750억원), 2008년 말 80.0%(9조6,000억원)로, 같은 기간 총 보증잔액에서 기술평가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을 22.1%(2조5,361억원)에서 27.8%(3조2,000억원), 47.5%(5조7,000억원)로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기보의 기술평가 능력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 말씀해주시지요. ▦기술평가 기법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인력ㆍ조직을 보강해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새 기술평가 모형을 도입한 결과 기술평가보증 사고율이 1.06%(2003녀 11월~2005년 2월)에서 0.30%(2005년 3월~2006년 6월)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특히 산업자원부ㆍ과학기술부ㆍ중소기업청 등이 공통 핵심기술 개발사업 등 지원 대상 과제를 선정할 때 기보에 사업화 타당성 평가를 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기보의 기술평가 능력이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까지 난이도가 높은 전문기술 평가를 수행하는 광역기술평가센터를 2개, 지역기술평가센터를 16개 신설하고 박사급 전문인력을 2배 수준(150명)으로 늘리는 등 기술평가 역량을 크게 향상시켜나갈 것입니다. -기관 명칭을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기술보증기금으로 바꿨는데요. ▦기보는 당초 기술을 보증(guarantee)해주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출범했지만 한동안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보는 기술평가(기술성ㆍ시장성ㆍ사업성) 결과 우수한 등급을 받은 기술을 보증해주고 신용을 보충(supplement)해주는 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보증사고율이 크게 떨어졌던데요. ▦2004년 12.9%(사고 순증액 1조7,449억원), 2005년 10.1%(1조1,659억원)에서 올 6월 말 현재 3.0%(3,375억원)로 떨어졌습니다. 7월 말 현재 사고율은 3.5%로 1년 전보다 2.5%포인트 낮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심사기법 개선, 신용 리스크 관리제 및 직원별 사고율 관리제 시행에 따른 것이지만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은 반작용으로 리스크 회피에 치중한 탓도 있습니다. 최근 경기가 하강 추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는 보증사고율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리스크 관리를 적정화해 연간 사고율을 7.0% 수준에서 관리할 계획입니다. ◇약력 ▦44년 경남 김해 출생 ▦62년 경남고 졸업 ▦68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69년 행시 합격(7회) ▦71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77~89년 경제기획원 국내경제조사ㆍ예산총괄과장, 예산심의관, 정책조정ㆍ경제기획국장 ▦90~92년 민자당 경제전문위원, 김영삼 대통령후보 경제보좌역 ▦93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94~95년 경제기획원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96~2000년 제15대 국회의원 ▦2005년 6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 구조개혁 1년 성과와 비전 몸집 줄이고 기술보증 특화 '기술금융 선도기관' 자리잡아 기술보증기금은 지난 89년 기술보증을 통해 신기술사업자를 육성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출범했다. 하지만 기술보증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정부가 신용보증 업무도 취급할 수 있게 해주는 바람에 정체성을 망각한 채 신용보증기금과 보증규모 확대 경쟁에 치중했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해 2003년부터 보증사고율이 높아진데다 IMF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2001년 보증을 서준 2조원 규모의 벤처 프라이머리 CBO가 부실화돼 지난해 총체적인 경영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6월 난파선의 새 선장이 된 한이헌 이사장과 노사는 '기술금융에 특화ㆍ전문화된 기관'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청사진 아래 전체 임직원의 15%(160명) 희망퇴직, 연봉 30% 반납, 서울 여의도 기보빌딩 매각, 경상경비 136억 절감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또 기술금융에 주력하고 기금을 건전화하기 위해 보증영업점 감축인력 65명을 기술평가센터로 전환 배치하고 리스크관리실ㆍ채권회수전담팀 신설, 신용평가시스템 개선 등에 나섰다. 영업실적ㆍ재무상황 위주의 보증심사 방식 대신 기술력과 장래 성장전망 위주의 기술평가보증도 본격 시행했다. 이사장 직속으로 '전략영업부'를 신설하고 영업전략도 고객(우수 기술을 가진 기업)을 찾아 발로 뛰는 현장 중심의 영업으로 확 바꿨다. 전사적 성과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올 5월에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기술금융을 선도하는 기금'이라는 비전을 담은 새로운 CI도 선포했다. 기술보증에 전문화한다는 의지와 기보의 특화된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사명(社名)도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기술보증기금으로 바꿨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거둬 기술보증기금은 이제 기술혁신 기업을 중점 지원하는 '기술금융 선도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빠르게 찾아가고 있다. ● '기술금융 특화' 이후 상반기 기보 인증서만으로 1,027억 신용대출, 기술평가 신인도도 '쑥쑥' 기술보증기금은 지난 1월부터 보증 지원액이 15억원을 넘는 고액 보증기업, 보증 이용기간이 5년을 넘는 장기 보증기업에 대한 보증감축에 들어갔다. 정부의 보증기관별 특화 방침에 따라 한정된 재원을 벤처, 이노비즈(INNO-BIZㆍ기술혁신형 중소기업), 기술창업기업 등 기술혁신기업에 중점 지원하기 위해서다. 기보가 올 상반기 기술혁신기업에 지원한 보증은 4조1,98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 증가했다. 기술평가 보증액은 1조7,898억원으로 62% 늘어났다. 특히 만기연장 등을 제외한 신규 보증액 1조3,183억원 가운데 94.7%(1조2,437억원)를 기술혁신기업에, 63.5%(8,366억원)를 기술평가보증에 지원했다. 기보가 이들 보증에 신규 지원한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62%, 120% 증가했다. 기보는 올해 1,500억원가량의 고액ㆍ장기 보증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수된 재원은 기술혁신기업에 집중 지원된다. 기보는 보증사고율을 낮추고 구상채권 회수, 고액ㆍ장기보증 해소 등을 통해 기술혁신기업보증 및 기술평가보증이 총 보증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2005년 말 59.6%, 22.1%)을 오는 2008년까지 각각 80%, 47.5%로 높일 계획이다. '기술금융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기보의 기술평가에 대한 신인도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ㆍ기업은행은 기보 인증서만으로 올 상반기 1,027억원을 신용 대출했다. 산업자원부ㆍ과학기술부ㆍ중소기업청ㆍ특허청은 공통 핵심기술 개발사업 등 지원 대상 과제를 선정할 때 기보에 사업화 타당성 등 평가를 맡기고 있다. 한이헌 이사장은 "정부 정책자금 3조원 가운데 기보가 사업타당성 평가 등을 통해 지원 대상 선정에 관여하는 부분이 올해 3,000억원(약 10%)가량 되는데 이를 30% 수준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보는 정부의 보증기관별 특화 방침에 따라 신용보증기금과 중복보증 해소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복보증 비율은 연초 52.9%에서 6월 말 39.9%로 감소했으며 올해 말 35%, 내년 말 25%로 낮출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