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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던 중소·중견 조선소에 빛이 들기 시작했다. 성동조선·대선조선·SPP조선 등 3사의 수주 실적이 지난해 총 24척 8억3,000여만달러에서 지난해 11월 말 기준 89척, 32억3,000여만달러로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 연말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이 3개 조선사를 다녀보니 수주 증가로 지역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현장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게 피부로 와 닿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만난 조선소 경영진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해양플랜트 특수가 이어지면서 중소조선소의 핵심 설계인력들이 대거 대형조선소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 회사 인지도가 낮고 급여·복지 등이 열위한 중소조선소는 우수인력 채용부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핵심기술 인력의 유출방지를 위해서 중소조선소 스스로 인재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고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일부 지적은 옳다. 하지만 대형조선소와 달리 중소조선소는 근본적으로 급여나 근무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기에 이런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다행히 최근 정부차원에서 대형조선소와 중소조선소 간 상생협력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여러 조치들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의 핵심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방안을 올 상반기에 법제화할 예정이다. 이런 조치들이 기술인력 유출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대-중소조선소 간 협력 생태계 조성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조선사는 대형조선소에 비해 직접적 고용인원은 많지 않지만 협력사 인원과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해당 지역의 고용과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하지만 설계인력이 부족해 따놓은 일감마저 중국 조선소에 뺏기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방안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중소조선소들이 자리 잡고 있는 남해안 전역에 배 만드는 경쾌한 망치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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