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입장표명을 놓고 신중한 행보를 해온 워싱턴이 조 바이든 부통령의 방한일정 종료에 발맞춰 KADIZ 확대를 인정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KADIZ 확대문제에 대해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이 검토하는 향후 조치에 대해 우리(미국)가 의견을 같이한다(we‘re on the same page)는 점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KADIZ 확대에 대한 우리 측의 설명과 노력을 ’평가한다‘(appreciate)고 언급한 데서 분명히 진일보한 입장으로 평가된다.
사실 항간에서는 KADIZ 확대문제를 놓고 미국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는 관측이 제기돼온 게 사실이다.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사태를 놓고 그렇지 않아도 갈등이 고조될대로 고조된 상황에서 또다른 ’현상변경‘ 조치가 가져올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내부적인 전략적 고심 끝에 한국 정부의 KADIZ 확대를 인정하는 쪽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KADIZ 확대 논리와 명분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데다 미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정책추진의 ’방법론‘과 KADIZ 운용의 ’내용성‘도 담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구역 설정에 대해 일관되게 제기해온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주변국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고, 동중국해라는 영토분쟁 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유사시 비상군사조치를 취하겠다고 주변국을 협박한 점 등이다.
이는 방공구역 설정을 매우 유연하고 방어적으로 운영하는 미국의 기준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KADIZ 확대는 중국과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 충분한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새로 포함되는 이어도 수역 등은 분쟁지역이 아닌데다,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일체 표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꿔말해 이번 KADIZ 확대가 동중국해 방공구역을 일방적으로 설정한 중국 정부를 겨냥한 고강도 메시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동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한국 정부의 KADIZ 확대 문제는 큰 틀의 고비를 넘긴 듯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8일 한국 정부가 KADIZ 확대를 발표하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토·영해·영공문제를 놓고 주변국들의 신경이 예민해져있는 터라 이번 KADIZ 확대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튈 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어도 수역은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중첩되는 지역이어서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방공식별구역은 영토·영공·영해나 EEZ와는 달리 국제법적 근거가 희박해 분쟁이 발생해도 이를 조정하거나 중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에 이어 중국, 일본에게도 충분한 사전협의를 통해 동의를 이끌어내도록 외교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역내 갈등구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KADIZ 확대를 ’연착륙‘시켜야하는 난제를 떠안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KADIZ 확대로 동중국해 방공구역을 둘러싼 동북아 갈등이 새로운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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